식기세척기·정수기 등 설치 문제로 싱크대·바닥재 망가지는 누수피해…보상 두고 갈등 잦아

피해 범위, 보상금 규모 놓고 업체-소비자간 이해 충돌

2021-02-26     김승직 기자
식기세척기나 정수기처럼 수도·배관을 연결하는 가전은 누수 피해가 왕왕 발생하는데 책임 규명이 쉽지 않아 업체와 소비자 간 갈등이 적지 않다.

누수가 되면 제품뿐 아니라 바닥재나 가구, 이웃집 피해로까지 번지다보니 보상 범위를 놓고도 줄다리기가 벌어지곤 한다. 소비자들은 2차 피해까지 보상을 요구하는 반면 업체는 대부분 직접적인 피해로 입증된 경우에만 보상하기 때문이다. 협의 완료 후 보상금 지급이 늦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전업체들은 책임소재 파악 및 보상금 협의에 시간이 걸릴 뿐 귀책이 확실한 경우에는 보상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정수기·식기세척기 등 수도·배수관을 연결하는 가전제품 누수로 인한 피해로 고충을 겪고 있다는 민원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주로 제품 내 연결부품이 사용중 느슨해지거나 배관을 잘못 연결해 빠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누수 시 바닥이나 가구뿐 아니라 아랫집으로까지 피해가 번지는 경우도 있다.

업체가 잘못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원인이 불분명해 보상 받지 못한 소비자도 상당수다. 업체가 제시한 보상금이 피해액보다 적어 협의가 어려운 사례도 있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가전제품설치업' 부문에서는 '사업자의 가전제품 설치 하자로 인해 발생한 소비자의 재산 및 신체상의 피해를 사업자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렌탈서비스업' 부문에서도 업체 측 귀책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시 무상수리·교환 및 손해배상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 윗집 식기세척기 설치후 누수로 300만 원 리클라이너 소파 망가져...할인 구매가로 보상?

광주 동구에 사는 문 모(여)씨는 지난 1월14일 집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300만 원 상당의 리클라이너 소파가 젖는 피해를 봤다. 당일 방문한 아파트 설비 담당자는 윗 집이 최근 설치한 A사 식기세척기가 누수 원인이라고 결론 지었다. 문 씨는 A사에 피해보상을 요구했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협의 진행중이라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문 씨는 소파를 구매한 지 1년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아 새 제품과 다름었다며 100% 보상을 요구했지만 보상문제가 이관된 보험사에서는 이미 사용한 제품이라 100%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식기세척기 누수로 소파가 젖은 모습
보험사에서는 보상가로 문 씨가 구매했던 가격인 200만 원을 산정했다. 하지만 문 씨는 여러 가구를 함께 구매하며 할인받은 금액으로 지금 구매하려면 300만 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문 씨는 “누수와 관련해 우리는 전적으로 피해자일 뿐인데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소파 전체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침수된 부분만 바꿔도 괜찮지만, 보상 문제가 어떻게 진행 중인지 몰라 속만 태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누수 피해 민원 발생 시 현장에 인력을 파견에 책임소재나 피해 범위를 파악한다. 누수 피해가 사측 과실임이 확실하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번 사례의 경우는 보험사로 이관돼 정상적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전했다.

◆ 식기세척기 배관 빠져 싱크대와 바닥재 침수...보수 예상액 천지차이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1월 18일 B사 식기세척기를 설치한 후 배관이 빠져 싱크대와 바닥재가 침수되는 피해를 겪었다. 오수가 빠져나가는 싱크대 Y자 관에 연결된 배관이 분리돼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설치업체에서는 보수비용이 40~80만 원 사이로 책정된다며 60만 원을 먼저 이체하고 나중에 추가비용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김 씨가 따로 견적을 받아본 인테리어업체는 450만 원의 비용이 들 거라고 예상했다.
 
▲싱크대 배관이 빠져있는 모습
싱크대 배관 이탈의 책임소재에 대해서도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설치기사 측은 배수관 위쪽은 원래 고정돼 있어야 하는데 빠져버린 건 싱크대 설치업체나 관리사무실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도의적인 차원에서 보상금을 제안했지만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450만 원 지급은 어렵다는 거다.

김 씨는 "그동안 싱크대를 사용하면서 문제가 없었다. 식기세척기 설치 중 힘이 가해져 배관이 느슨해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설치 후 담당자가 배관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B사 측은 "사측 과실이 분명할 경우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으며 책임소재나 피해 범위가 불분명하면 보험사에 이관해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 문제는 보험사로 이관돼 책임소재와 피해 범위를 판가름하는 중이다.

◆ 정수기 필터 교체 시 누수로 집안 엉망됐는데 보상처리에 무려 1년 

충남 서산에 사는 이 모(여)씨는 C사 정수기 필터 교체 이후 생긴 누수로 가구·바닥재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으나 1년 반이 지나서야 보상을 받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2019년 8월 정수기 필터 교체 시점에 해외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었던 이 씨는 마냥 미뤄둘 수 없어 설치기사에게 집에 들어가 정수기 필터를 교체해줄 것을 요청했다. 보름쯤 지나 집에 가보니 정수기 필터가 제대로 체결되지 않아 토출구에서 계속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물기로 인해 마룻바닥 등이 들떠 있었다.
 
▲침수로 가구가 벌어진 모습
▲침수로 바닥재가 들뜬 모습
이 씨는 C사 측과 100만 원의 보상금을 받기로 협의했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2월에 들어서야 겨우 처리가 완료됐다.

이 씨는 "보상금 지급이 지연되는 이유를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납득할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황당해 했다.

C사 관계자는 “이 소비자의 보상은 애초 이달 초·중순으로 예정돼 있었다”며 “현재 보상을 완료한 상태며 이번 경우처럼 서비스 과정에서 누수 등의 피해가 발생할 시 소비자피해보상규정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승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