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규.현정화 탁구 대표팀 감독, 동반 사퇴

2007-12-07     뉴스관리자
왕년의 '탁구 영웅'과 '탁구 여왕'으로 이름을 날렸던 남녀 대표팀 사령탑인 유남규(39) 감독과 현정화(38) 감독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전격 사퇴했다.

   현정화 감독은 7일 강희찬(38) 여자 대표팀 코치와 함께 대한탁구협회(회장 천영석)에 사퇴서를 제출했고 전날 신혼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유남규 남자팀 감독도 현 감독과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현 감독은 "독선적인 협회 운영과 무계획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올림픽이 1년도 남지 않았지만 국가대표 코칭스태프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 현 상태에서는 대표팀을 이끌 명분이 없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 감독과 현 감독은 나란히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2005년 5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사령탑에서 물러나게 됐다.

   유 감독은 1998년 서울 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이고 현 감독은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 단식 챔피언에 올랐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

   둘은 1989년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대회 때 혼합복식 콤비를 이뤄 우승을 합작했고 지도자로 변신한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코치로 남녀 복식 금메달을 이끌었다.

   이들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직후인 2005년 5월 사령탑으로 전격 발탁됐고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혼합복식 은메달(이정우-이은희)을 지휘하기도 했다.

   스타 선수에서 지도자로 승승장구하던 둘이 전격 사퇴하게 된 건 선수 선발과 기용, 코치진 선임 등에서 전권을 휘두르는 천영석 감독 등 협회 집행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

   실례로 천 회장은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직후 해임했던 강희찬 여자팀 코치를 최근 현 감독도 모르게 복귀시켰고 기술위원장까지 맡아 선수 선발은 물론이고 경기 중 선수 기용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감독은 "권한을 주지 않고 사실상 꼭두각시처럼 하라고 한다면 누가 사령탑을 계속 맡을 마음이 있겠는가. 천 회장에게 바른 말을 했던 사람들은 모두 중도하차하고 선수 선발과 훈련 스케줄까지도 감독과 상의하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내분을 겪은 농심삼다수 감독에서 물러난 유남규 감독도 "실업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리에만 연연하고 싶지 않다. '로보트 감독'으로 만들어 놓고 책임을 지우는 건 문제다. 한국 탁구 발전을 위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현 감독과 뜻을 같이 하겠다"며 사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남자팀 이철승 코치도 사임 문제를 소속팀인 삼성생명과 협의하고 있으나 사퇴 쪽으로 기울고 있어 남녀 감독과 코치진 동반 사퇴라는 초유의 사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남녀 대표팀은 9일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시작하고 내년 1월 18∼20일 세계선수권대회 대표 최종 선발전이 계획돼 있지만 코칭스태프 공백에 따른 훈련 차질로 내년 베이징올림픽 메달 사냥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