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면 비쌀수록 끌린다’ 화장품만큼 고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품목도 없다. 아름다움을 얻고 젊음을 지킬 수만 있다면 100만원도 아깝지 않다. ‘화장품 큰손’들 덕에 초고가 화장품들이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 나가고 있다.
‘1%의 VVIP를 위한 화장품’이라는 수식과 함께 나온 LG생활건강의 ‘오휘 더 퍼스트 V 셀렉션’은 지난달 출시 때부터 90만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낮 전용 크림(45㎖)과 밤 전용 크림(45㎖)으로 구성됐으니, 크림 1㎖당 1만 원인 셈.
이 제품은 나오기 전부터 이미 백화점 VIP를 중심으로 200여 명이 예약 구매를 마쳤다. 첫 판매 이후 한 달 성적도 가격만큼이나 화려하다. 지난 한달 동안 현재 전국 백화점에서 이 최고가 화장품은 1500개가 팔려나갔다. 하루에 50개의 판매가 이뤄져, 이 상품 하나로만 하루 매출이 4500만원에 이르렀다. 예상보다 찾는 사람이 많아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을 정도다. LG생활건강은 ‘오휘 더 퍼스트 V 셀렉션’ 이전까지 국내 최고가 자리를 지킨 ‘후 환유고 크림’(60㎖ 68만원)으로도 짭짤한 재미를 본 바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연간 1만 개 정도 판매를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폭발적인 반응으로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만개에 육박할 것”이라며 “모두 수작업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상품이 완성되는데까지 시간이 걸려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 예약자로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연말 기획 세트로 내놓은 ‘진설 채화칠기 기획’에 대한 반응도 이에 못지 않다. 설화수의 최고급 라인 ‘진설(珍雪)’ 출시 2주년 기념 제품으로 내놓은 이 기획세트는 진설에센스(60㎖), 진설크림(60㎖), 채화칠기 빗과 거울로 구성됐다.
무엇보다 이 기획의 가치는 채화칠기 명인이자 무형문화재인 청목 김환경선생이 직접 제작한 채화칠기함에 있다. 작품명이 ‘소국 보석함’인 이 칠기함은 한 작품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만 꼬박 두 달이 넘는다. 채화칠기함만 시가로 120만원에 이르는 고급제품이다.
그러나 이 기획세트의 가격은 110만원.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설화수 구매 상위 300명의 고객에게 DM을 발송하고 그 중 100명에 한해 지난 1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신청기한은 15일까지였지만 열흘이 채 되지도 않은 지난 9일 100개 기획세트에 대한 예약이 모두 완료됐다.
전진수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브랜드 매니저는 “100년 이상 된 홍송에 생옻칠과 검정옻칠, 주칠을 바르고 금사가루로 더한 칠기함”이라며 “‘진설’의 2년을 지켜봐온 고객들에게 품격 높은 가치와 소장의 기쁨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hit@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