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기름유출까지, 악재에 악재...현기증 나는 삼성

2007-12-10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올해는 왜 이렇게 안 좋은 일만 생기는지 현기증이 날 정도입니다.”(삼성그룹 관계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형 악재들이 삼성그룹을 연이어 강타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김용철 전 법무팀장의 비자금 조성의혹 제기 이후 사실상 경영 마비에 빠진 삼성은 삼성중공업이 관련된 원유 유출 사고마저 터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검찰은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비자금 조성 의혹을 본격 추적하기 위한 차명계좌 조사에 들어갔다. 민주노동당과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는 삼성상용차와 삼성중공업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두 회사의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리를 요청하면서 삼성은 ‘최악의 연말’을 보내고 있다.

삼성은 특히 비자금 의혹과 유조선 충돌사건으로 삼성에 대한 국민여론 악화를 가장 고민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으로 불리는 원유유출 사고와 관련, 삼성그룹은 10일 오전 긴급 회의를 열고 정확한 사고경위와 피해 최소화를 위한 향후 수습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은 삼성중공업을 중심으로 사고 수습에 최대한 주력하면서 그룹 차원의 지원책도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 관계자는 “중공업뿐 아니라 물산, 화재 등 관련 계열사들이 많아 중공업에만 맡길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그룹 차원의 대책이 나올 것을 시사했다.

지난주 말 1000여명의 임직원을 사고 지역 연안에 급파한 삼성중공업은 10일에도 500명 안팎의 인력을 동원해 방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가능한 한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고 거제 조선소에서도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피해 지역에 파견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전체 2만명의 임직원을 사고 현장에 파견하기 위해선 45인승 버스 500대가 동원돼야 한다”며 “30초 간격으로 출발을 하더라도 첫차와 마지막 차의 출발 시간만 4시간이 걸린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태안 인근 지역의 삼성토탈과 삼성물산도 400~500명의 직원을 파견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가동할 수 있력은 모두 동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 보상과 관련해서는 “보상 책임한도가 총 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고, 책임 소재에 따라 청구된 구상금도 보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삼성화재의 선주상호(P&I)보험에 가입돼 있으나, 보상 한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검찰수사는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 압수수색, 고위 임원 차명계좌 추적 등 갈수록 후폭풍은 거세지고 있다. 특검법 발효로 내년 초부터 특검수사가 본격화되면 특검에 매달리면서 정상적인 그룹경영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과 원유유출사건 모두 완전한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삼성을 둘러싼 혼란스런 분위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눈만 뜨면 터지는 악재에 정신을 못차리겠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해결돼 다시 경영에 매진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박도제ㆍ권남근ㆍ최정호 기자(happyday@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