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 횡포에 꺾인 30대주부의 효심
"이제 어떻게 살아야할 지 막막해요.."
악덕 사채업자로부터 50만원을 빌려썼다 1천여만원을 뜯긴 한 30대 가정주부는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내내 눈물을 훔쳤고 이 여성의 사연을 옆에서 듣던 경찰들도 함께 흐느끼면서 사무실은 일순간 울음바다로 변했다.
10일 충북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에 따르면 결혼한 지 3년이 채 안된 가정주부 이모(30.여) 씨는 지난 8월 21일 한 생활광고지에 난 사채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허리디스크와 당뇨 등 각종 지병으로 수년째 치료를 받고 있는 친정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 가장 역할을 해 온 이 씨는 결혼 이후 줄곧 가정 만을 돌봐와 수중에 가진 돈이 없었을 뿐더러 중소기업에 다니며 어렵게 푼돈을 버는 남편에게 차마 친정어머니의 치료비 얘기를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어머니를 도와드리고 싶었던 이 씨는 고민 끝에 사채를 빌려 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씨가 자신의 89년형 액센트 승용차를 담보로 잡히고 오모(32) 씨 등 사채업자들로부터 빌린 돈은 80만원. 하지만 선이자 명목으로 30만원을 떼여 실제 이 씨 손에 떨어진 돈은 50만원에 불과했다.
이들은 처음 약속과는 다르게 10일에 30만원(연 2천190%)에 달하는 터무니 없는 이자를 요구했고 이를 갚지 못한 이 씨는 15일 뒤 중고 시세로 140만원 상당의 승용차로 채무를 변제했다.
그러나 이들의 횡포는 멈추지 않았고 이 씨는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3개월 동안 9차례에 걸쳐 이들에게 갖은 협박과 폭행, 심지어 감금까지 당하며 집에서 1천원 짜리 지폐 한 장까지 끌어모아 마련한 1천200여만원을 갖다 바쳐야 했다.
푼돈이나마 어머니의 치료비에 보태려 했던 이 씨의 갸륵한 효성은 결국 악덕 사채업자의 횡포에 산산히 무너졌고 심한 마음 고생으로 이 씨의 심신은 만신창이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에 함께 울지 않을 수 없었다"며 "가진 것은 없지만 바르게 살아가고자 했던 한 여성을 이렇게 만들 수 밖에 없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오 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