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전하는 수출입은행 노조추천이사제...성사 가능성은 흐림

2021-05-28     김건우 기자
수출입은행(행장 방문규, 이하 수은) 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재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가 노동분야 대선공약 중 하나로 노조추천이사제의 상위 개념인 '노동이사제' 도입을 제시했지만 지난 4년 간 금융권에서 노조추천이사제가 국책은행에서조차 도입되지 않는 등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역시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불발 이후 후속 대응방안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노동이사제 도입에 전향적 태도를 보였던 현 정권 말기에 들어서면서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은은 오는 31일 나명현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후임 사외이사를 선임해야하지만 아직 사외이사 후보를 심사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다. 

수은은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군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평가 결과를 통해 수출입은행장이 기획재정부에 최종 후보를 임명제청 하는 순서로 사외이사를 임명하게 된다. 수은 노조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맞춰 은행 측과 동일한 규모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신현호 수은 노조위원장은 “아직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통상 2~3배수 정도 후보로 선정하는데 최대한 은행 측과 동수의 인물로 후보를 추천할 예정으로 현재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외이사 후보 선임 작업은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시중은행이나 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를 선발하고 주주총회를 거쳐 사외이사가 선임되는 것과 달리 국책은행은 이사 선임 권한이 사실상 기재부에 달려 있어 다른 인사와 겹치는 경우 늦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앞서 기업은행도 지난 2월과 3월 각각 사외이사 1명씩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을 바로 선임하지 못하고 지난 4월 중순이 되어서야 자리를 채웠다. 
 
▲ 금융노조는 지난 4월 중순 기자회견을 열고 당정청이 공언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거부되면서 '내로남불' 약속이 되었다고 비판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수은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이번에도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은은 지난해 1월에도 신임 사외이사 2명을 선임했는데, 당시 노조에서 추천한 1명을 포함한 4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결국 은행 추천인사 2명이 선임됐다. 

지난 달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불발되면서 동력이 떨어진 점도 크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윤종원 행장 취임 당시 노조와의 갈등이 이어지자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추진 등의 내용이 담긴 노사합의문도 발표하면서 기대감이 높았지만 결국 은행 추천 인사가 임명돼 파장이 이어졌다. 

지난 4월 재보선 이후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게 되면서 집권여당 내에서도 노조추천이사제를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매개체가 사라진 점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유 중 하나다.  

수은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