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신한 기사 대신 버스 운전 참사 막은 차대환씨
"갑자기 그런 위급한 상황에 처했다면 누구라도 저와 같이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9일 울산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가다 운전중이던 기사가 갑자기 실신하자 침착하게 운전대를 대신 잡고 대형참사를 막아낸 차대환(31)씨는 10일 "어제의 위기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가 쭈뼛 선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차씨는 이날 오전 울산시 남구 무거동 신복로터리 경부고속도로 언양∼울산방면 2차선 고가도로를 달리던 관광버스의 운전기사 공모(53)씨가 갑자기 운전 중 실신하자 재빨리 운전대를 대신 잡아 버스를 안전하게 세우는데 성공했다. 함께 관광버스에 타고 있다가 졸지에 대형사고를 당할 뻔 했던 결혼식 하객 20여명의 생명을 무사히 구해 낸 것이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 호암리 기림사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차씨는 관광버스를 타고 동네분들과 함께 울산에서 회사에 다니는 막내 여동생의 결혼식장으로 가던 중 '황당한 일'을 당했으나 침착하게 대응, 인명피해를 막아냈다.
그는 그러나 "어제 일로 언론에 보도된 뒤 많은 분들로부터 '큰 일'을 했다며 칭찬을 들었지만 그 당시 누구라도 그런 위기상황을 접했다면 저와 같이 대응에 나섰을 것"이라며 겸손해 했다.
차씨는 "고가도로를 진입하던 버스가 갑자기 가드레일을 들이받길래 바로 앞좌석에 있던 운전기사가 졸음 운전을 하는 줄 알고 깨운다는 생각으로 계속 불렀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며 "자세히 보니 기사는 운전석에 앉은 채 실신해 있었다"고 위급한 순간을 떠올렸다.
차씨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직감하고 곧바로 운전대를 잡은뒤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했는데 50∼70m 가량 이리저리 가던 버스는 속도가 떨어지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다행히 겨우 멈춰설 수 있었다"고 전했다.
1종 보통운전면허만 소지하고 있지만 대형버스를 운전해본 적이 없다는 차씨는 위험에 빠진 승객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자신도 모르게 운전대를 붙잡았다고 털어놓았다.
차씨는 "버스가 안전하게 정차한 뒤 뒤늦게 상황을 알아챈 차안 동네 어른들로부터 큰일 해냈다며 칭찬을 듣고서야 정신이 들었다"며 "그러나 결혼식장에 늦게 도착하는바람에 이런 사고가 있는 줄도 모르고 기다리고 계시던 부모님과 여동생에게 걱정을 끼쳤다"고 미안해 했다.
실신한 줄 알았던 버스기사분이 결국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안타까웠다는 차씨는 "똑같은 일이 다시 닥치더라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