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일반 영업점 줄이기 바쁜데 고액자산가 위한 PB센터는 늘려
2021-07-09 김건우 기자
고액자산가들이 자산관리(WM)와 관련한 대면 업무를 선호하는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각 은행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점포를 거점마다 집중 개설 중이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고액자산가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은행에서 집계하는 예금 규모별 저축성예금 잔액 현황을 살펴보면 작년 말 기준 자산 10억 원 초과 저축성예금은 전년 대비 9.4% 증가한 676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반면 자산 1억 원 이하 저축성예금은 같은 기간 5% 늘어난 481조원으로 증가세가 더뎠다.
◆ 우리은행 WM점포 3개로 세분화.. 하나은행 '클럽원'도 눈길
최근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곳은 우리은행(행장 권광석)이다. 우리은행은 다른 금융지주계열 은행과 달리 증권 계열사가 없어 WM서비스는 다소 늦게 발을 들였지만 최근 고액자산가 대상 점포를 눈에 띄게 늘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자체 PB브랜드인 '투체어스'를 기반으로 TCE(투체어스 익스클루시브), TCP(투체어스프리미엄) 이라는 고액자산가 전용 점포를 구축하고 있다. 기존 영업점에도 투체어스 창구가 있어 기본적인 PB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이들 점포는 고액자산가 대상 프리미엄 WM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TCP는 지난 2019년에 개설된 개인 고액자산가를 위한 특화점포, TCE는 지난해 서울 강남지역에 처음 선보인 자산 30억 원 이상 초고액자산가 및 기업 법인 고객에게 복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WM 특화점포다. 오는 12일에는 본점 영업부에 TCE, 서울 압구정과 이촌에는 TCP를 1곳 씩 총 3곳의 고액자산가 전용 점포를 추가하게 된다. 이로써 TCE 2곳, TCP는 총 7곳이 운영되는 셈이다.
여기에 아시아선수촌지점, 압구정현대지점 등 기존 지점 2곳을 자산관리형 특화점포(PB영업점)로 리뉴얼한다. 두 점포는 기존 지점에서 출장소로 격하됐지만 인근 지역의 PB 서비스 니즈가 강한 특성을 반영해 지점 업무에서 PB서비스 업무만 가능한 WM 특화점포로 새롭게 문을 열게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액자산가 고객 중에서는 연배가 있는 분들이 많은데 해당 고객층에서는 오프라인 영업이 효과적이고 젊은 고객들을 위해 올해 초 조직개편에서 비대면 PB쪽도 별도로 신설했다"면서 "토탈 서비스가 가능한 점포 등 특색이 있어야 점포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행장 박성호)도 지난 달 서울 강북지역에는 최초로 한남동에 초고액자산가 대상 점포인 '클럽원' 2호점을 개점했다. 클럽원 1호점은 지난 2017년 서울 삼성동에 개설됐는데 클럽원 단일 점포에서 관리하는 자산만 수 조원대에 달한다.
클럽원 2호점은 하나은행 한남PB센터와 하나금융투자 한남WM센터가 결합한 복합점포로 하나은행 최고 전문 프라이빗뱅커가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며 세무·법률 전문가, 부동산·신탁 전문가 등이 상주하고 있다. 특히 일부 증권사에서만 제공하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도 가능해 가업승계 등 초고액자산가의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자산관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농협은행(행장 권준학)도 지난해부터 WM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서울지역 4개 점포에 시범 운영했던 자산관리 특화점포 'All100 종합자산관리센터'를 현재 전국 26곳으로 확대 편성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일찌감치 은행-증권 복합점포로 WM 특화점포를 구축한 KB국민은행(행장 허인)과 신한은행(행장 진옥동)도 올해 일선 점포를 줄이고 있지만 복합점포는 유지하는 추세다. 복합점포와 별개로 두 은행은 각각 스타PB센터(자산 30억 원 이상)와 PWM프리빌리지(자산 50억 원 이상) 등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점포를 별도로 운영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주요 은행들이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되면서 자산관리 분야는 영업은 거의 포기하고 사후관리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새롭게 재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는 지속 증가하고 있어 은행들의 자산관리 집중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