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재용 어깨가 무겁다...삼성전자 4년간 성장동력 잃고 사업구조 불균형 심화
2021-08-13 유성용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17년 2월 이후 구속과 석방, 재구속을 번갈아 겪는 동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사업의 부진으로 반도체 의존도만 상승하고 신규사업에도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성장동력에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전인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삼성전자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졌던 스마트폰 부문의 비중이 30%대로 급락한 가운데 가전과 디스플레이 부문의 비중도 일제히 하락했고 이를 반도체가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성장사업으로 기대를 모은 하만부문의 매출비중은 2~3%대를 맴돌고 있어 삼성전자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성장전략을 펼쳐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사업부문별 총 매출(해외법인과의 내부매출이 일부 포함)은 138조6000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21조9700억 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4%, 영업이익은 47.1% 증가했다.
상반기 실적 호조는 삼성전자가 기존에 구축하고 있는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주력 사업이 코로나19 여파로 호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한때 삼성전자를 먹여 살리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2016년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했던 IM부문은 올해 상반기에 그 비중이 37.4%로 급락했다. 가전사업의 CE부문은 매출 비중이 20% 밑으로 떨어졌고 디스플레이사업을 맡은 DP부문의 비중도 10%선이 깨졌다.
삼성전자의 성장을 주도한 반도체부문은 매출 비중이 22%에서 30%로 급등했고, 2016년 인수한 하만부문은 2017년 2.7%에서 올해 3.5%로 소폭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가까운 46.9%에 달한다. IM부문이 34.7%, CE부문이 9.9%, DP부문이 7.5%를 차지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책임졌는데 이 부회장 구속 전과 비교해 수익구조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지난 4년여 간 이 부회장이 소송과 수감생활에 시달리는 동안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의 위기가 심화된 가운데 별다른 대안 없이 반도체에만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는 매출 비중이 높아졌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작아,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키우고 있다.
실제 상반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은 24.7%로 2016년 말보다 1.9%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와 2019년도 20% 초반대로 비슷하다. 호황기를 맞았던 2017년과 2018년 5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수준이다.
삼성전자 매출은 2016년 말 223조679억 원에서 지난해 260조3880억 원으로 16.7%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증가율이 9.1%로 낮아진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은 29조5516억 원에서 36조1316억 원으로 22.3%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8.6%로 낮아진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자칫 밀려나는 순간 실적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위험 신호는 이미 잡히고 있다. 반도체는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이 수십 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삼성전자는 투자 계획이 잡혀 있음에도 총수 부재로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스마트폰은 지난해 4분기 애플에 글로벌 판매량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 6월에는 중곡 샤오미에도 판매량이 뒤쳐졌다.
삼성그룹 전체로 범위를 넓혀보면 영업이익이 반도체에 치중된 모습이 더욱 극명하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그룹 전체 영업이익(26조7388억 원)의 70.3%가 반도체 사업에서 발생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반도체 비중이 80%대로 더 높았다.
스마트폰 영업이익을 더하면 그룹 전체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이 된다. 삼성중공업(대표 정진택), 호텔신라(대표 이부진) 등이 낸 1조2000억 원가량의 적자를 메우는 셈이다.
삼성이 기존에 구축한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3대 축으로 현재 최대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앞으로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가석방 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정체된 사업구조를 깨고 지속성장을 위한 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게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가석방으로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총수 공백을 해소하고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을 위한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가석방에 따른 취업제한과 2건의 다른 재판으로 인한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선도 강하다. 이 부회장이 취업하려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혜라며 반발 목소리를 내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되긴 했지만 여전히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상 5년의 취업 제한을 받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혹,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이 남아 있어 그룹 청사진 그리기에 온전히 집중하기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