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원 짜리 신차, 인수 도장 찍은 뒤엔 하자 발견해도 속수무책
구매동행 서비스 등 전문가 도움 받는 것도 필요
2021-08-17 박인철 기자
# 서울에 사는 고 모(남)씨는 지난 6월 인터넷으로 주문해 받은 테슬라 모델3의 외관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도장에 녹아내린 자국이 보이고 광택 작업도 대충 한 흔적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내장재 조립 불량도 발견되는 등 하자가 많아 교환을 요청했지만 인도 전 인수 불가 거부 계약서에 사인을 했기 때문에 AS센터에서 수리를 받아야 한다는 답변만 듣게 됐다. 고 씨는 “가격도 비싼 신차인데 마치 중고차를 받은 기분이라 기분이 불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양주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6월 포드 익스플로러를 구입하고 며칠 후 트렁크 좌우 간격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특히 좌측 부분은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단차가 컸다. 구매했던 전시장에 연락하니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으면 된다는 얘기 외에 어떤 조치도 받지 못했다고. 박 씨는 “구매 당시 영업사원이 검수 결과 이상이 없다고 한 얘기를 믿은 게 화근이었다”면서 “하자 차량을 인도받은 것도 억울한데 수리도 예약이 밀려 바로 안 된다더라”며 황당해했다.
# 김포에 사는 정 모(남)씨는 지난 1월 르노삼성 XM3를 구매했다. 구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드미러 소음으로 불편을 겪었고, 디스플레이도 초기화 되는 오류가 발견됐다. 정 씨는 “신차를 받은지 일주일도 안 돼 불량이 다수 발견됐음에도 센터는 수리 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태도만 보인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신차를 구매하고 인수도장을 찍은 뒤 사전에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품질 불량을 뒤늦게 발견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체 측은 소비자가 품질 상태를 확인하고 인수도장을 찍은 만큼 수리 이외에 환불이나 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다 인도시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일일히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구매동행 서비스 등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출고 초기에 결함을 발견했다 해도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결정적인 문제가 아닌 이상 차를 교환·환불 받기는 어렵다. 이른바 레몬법이 2019년부터 도입됐지만 반복적 고장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한정되며 단순 도장, 단차 등의 문제는 해당되지 않는다.
특히 수입차를 ‘선등록’ 방법으로 구입하는 경우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차량이 준비되기 전에 번호판만 미리 발급받는 것으로 빠른 출고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이 방법을 택한다. 차량 상태가 혹여 불량이더라도 차량 대금을 미리 지불하고 차량도 등록된 만큼 인수 거부는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도장, 단차 등의 문제일 경우 출고 후엔 수리 외에는 방도가 없다고 일축한다.
한 국산차 관계자는 “인수를 했다는 건 본인이 확인을 했다는 뜻이다. 출고된 지 얼마 안 지났다고 해도 인수를 했다면 여러 가지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품 위치가 바뀌었다거나 하는 중대한 문제의 경우 즉각 조치할 수 있지만 도장이나 단차는 매우 주관적인 영역이고 주행하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부분이라 수리 외에 다른 보상을 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관계자는 “서비스센터 측에서 무성의한 반응을 보이거나 큰 문제가 아니니 그냥 타라는 식으로 대응할 시 본사에 클레임을 걸면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차 검수 시 소비자가 직접 영업사원이나 탁송기사 옆에서 꼼꼼히 체크할 것을 당부한다. 외관을 볼 때 이음새 부분의 단차나 도장면, 밸런스, 스크래치 등은 시간을 들여 확인하고, 시동을 걸어 램프 정상 여부를 확인한 후 가벼운 주행을 통해 이질감이 없는지도 느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혁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장은 “현실적으로 피해를 방지하려면 인수 전 구매동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인수대행업체도 있고 전문가와 함께 출고센터를 방문해 꼼꼼한 검수를 할 수 있다”면서 “만약 출고 후 도장, 단차 등에 불균형을 느낀다면 직접 센터에 방문해 도장막 측정기, 3D 계측기로 측정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표준 오차가 동일한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적 개선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박 학과장은 “수입차는 PDI(출고 전 점검)센터에서 하자가 있을 경우 소비자에 하자고지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데 안 해도 과태료가 100만 원에 불과해 숨기는 경우도 많다”면서 “ 과태료를 올리고 대상을 국산차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업체도 품질에 더 신경을 쓸 것이고 소비자도 보상을 작게나마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