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도입 속 KB금융 노조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2022-01-18     김건우 기자
최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KB금융그룹 우리사주조합이 주주제안 사외이사 후보 추천 재도전에 나섰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금융 노조)는 18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선임을 통해 KB금융의 올바른 지배구조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KB금융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는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이다. 김 전 부행장은 한국해외투자인프라 도시개발자원공사 상임이사와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등을 역임한 글로벌 전문가다. 

KB금융 노조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이번이 5번째다. 현행 상법상 상장회사의 의결권 지분이 3% 이상인 주주에게만 주주제안 자격을 주고 있는데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는 금융회사의 경우 지분율 0.1% 이상일 때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특히 KB금융은 1주의 주식을 보유해도 주주제안에 참여할 수 있는 '사외이사 후보 예비 추천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노조 측은 깜깜이 심사로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할 의무가 있는 사외이사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구성해왔다고 비판했다. 

KB금융 우리사주는 지난 2017년 11월 하승수 변호사를 시작으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백승헌 변호사, 윤순진 서울대 교수,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적은 한 번도 없다. 
 
▲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사외이사 후보를 글로벌 전문가로 추천한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후보로 선정된 김영수 전 부행장은 한국해외투자인프라 도시개발자원공사 상임이사와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노조 측은 경쟁회사와 달리 KB금융 이사진에는 해외사업 관련 전문가가 없어 그룹의 해외사업에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후보 선임 배경을 밝혔다. 

류제강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KB금융은 꾸준히 해외의 다양한 국가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해외사업부문에서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 2020년 1조 원 가까운 거액을 들여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이 지난해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 지난해 1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은 KB금융의 전문성이 부족한 이사회 구성과 맞닿아있다"고 지적했다.

KB금융 노조는 해외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에 대해서도 노조 측의 입장을 최대한 피력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 ISS가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2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점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류 의장은 "노조가 다시 한 번 주주제안에 나서는 것은 노동자 이익을 대변하거나 경영참여 목적이 아닌 주주이자 직원대표로서 KB금융이 해외사업 약점을 보완해 글로벌 금융회사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함"이라면서 "김 후보는 해당 분야에 대한 오랜 노하우와 탁월한 식견으로 KB금융의 해외사업에 대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KB금융은 노조 측에서 현 사외이사진에 글로벌 사업 전문가가 부재하다는 점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현 이사진 다수가 국내외 근무 경험이 많고 금융, 재무분야의 글로벌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KB금융지주 이사회 관계자는 "이사회 내에는 미국 월가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글로벌한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많고, 특히 미국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역임한 솔로몬 이사는 해외와 국내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에 대한 주요 자문과 해외 주주대상 소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사회가 해외사업과 관련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노조의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고 밝혔다.

노조 측에서 언급한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 부실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부코핀 은행의 인수는 적정한 가격의 중위권 은행을 인수해 굿뱅크로 전환하는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에 기반한 것으로 이사진 구성과 전문성과는 인과관계가 없다"면서 "부코핀 은행은 코로나 확산 영향으로 지난해 실적이 줄었지만 KB국민은행의 증자 참여를 바탕으로 경영정상화 기반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