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비중 8% 의무제' 시행 앞두고 수입차 발걸음도 분주...'전기차 제로' 토요타와 혼다는 날벼락?

2022-02-08     박인철 기자
올해부터 '전기차 비중 8%' 데드라인이 시행되면서 수입차 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목표치에 접근한 수입차 브랜드가 단 한 곳도 없는 데다, 그동안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집중하면서 전기차 판매량이 제로(0) 상태인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브랜드들은 사실상 8% 목표치를 맞추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환경부에서 시행하는 ‘무공해차 보급제도’는 내수 판매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전기, 수소차로 달성해야 하는 제도다. 현대자동차, 기아, 르노삼성,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국산 5사를 포함해 벤츠, BMW, 아우디폭스바겐, 토요타렉서스, 혼다 등 수입차 5사가 대상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수입차 업체들은 모두 연간 8% 이상의 차량을 전기, 수소차로 채워야 한다. 기존에는 4%였는데 올해 두 배로 뛰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할 시 미달 차량 한 대당 60만 원의 벌금성 기여금이 부과된다.

지난해 판매량을 기준으로 전기차 보급 비중 8%를 충족하는 수입차는 한 군데도 없다. 아우디폭스바겐이 3.8%, 벤츠 1.7%, BMW 0.5%이며 토요타와 혼다는 제로다. 
그나마 올해는 저공해차(하이브리드, LPG 등)를 포함해 20%를 채우면 기여금이 면제되지만 내년부터는 오직 무공해차로만 비율을 채워야 한다. 기여금도 2026년부터는 대당 150만 원, 2029년 이후에는 300만 원으로 오른다.  

단 기여금 규모 상한은 당해 제조사의 매출액의 1%로 제한된다.

정부의 신속한 무공해차 확대 의지에 수입차 업체들의 고심이 크다. 저공해차를 포함하면 모두 20% 이상을 넘기는 상황이라 올해는 걱정이 없지만 전기차로만 채워야 하는 내년부터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우디폭스바겐은 타 업체 대비 목표량을 채우기 수월하다. 아우디가 2020년부터 ‘e-트론’을 비롯해 ‘RS e-트론 GT’, ‘e-트론 콰트로’, ‘e-트론 GT 콰트로’, ‘e-트론 스포트백’ 등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한 덕이다. 실제 아우디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기차 비율만 6.0%로 높은 편이다. 
▲폭스바겐 'id.4'
그간 억대·고성능 전기차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좀 더 대중화된 모델도 선보인다. 유럽에서 6000만 원 미만으로 판매 중인 ‘Q4 e-트론’이다. 보조금 100% 지원이 가능한 5500만 원으로 출시될 시 높은 인기가 예상된다.

폭스바겐은 올해부터 전동화 라인업을 선보인다. 유럽과 미국에서 4~5000만 원대에 판매 중인 ‘id.4’를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대도 낮고 유럽에선 주행거리가 440km로 높은 편이라 기대를 받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은 내년까지 8종의 전기차를 추가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벤츠 'EQE'
벤츠와 BMW도 조금씩 전기차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다. 벤츠는 기존의 ‘EQC’, ‘EQA’. ‘EQS’에 이어 올해도 ‘EQE’, ‘EQB’, ‘AMG EQS’ 3종을 선보인다. 특히 EQE는 국내 최고 인기 수입차인 E클래스급 전기 세단이며 EQB는 보급형 전기차로 비율 확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BMW는 지난해 11월 ‘ix', ’ix3'를 선보인 BMW는 상반기 그란쿠페 ‘i4'까지 출시해 전기차 비율 확대에 힘쓰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2025년까지 4대 중 1대를 전기차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토요타와 혼다의 고민은 깊다. 아직 국내 전기차 라인업이 없을뿐더러 장점인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다 보니 전동화 플랜도 타 브랜드 대비 다소 늦은 편이다. 토요타의 경우 렉서스를 포함해 하이브리드 차량 비중만 96.2%에 달하고 혼다 역시 60.3%로 높은 편이다.

토요타는 올해 국내 출시 예정인 전기차가 렉서스 ‘UX300e’ 하나 뿐이다. 지난해 토요타 전기차 브랜드인 ‘토요타 비지’를 선보인 후 첫 양산형 전기차 ‘비지포엑스(bZ4X)’ 글로벌 판매를 상반기 시작할 예정이지만 국내는 아직 계획이 없다.

혼다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0월 전기차 브랜드 ‘e:N'을 출범했지만 국내 전기차 출시 계획은 미정이다. 

토요타 관계자는 “올해 UX300e 이외에는 출시 계획은 미정이나 전동화 라인업은 점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내년부터 저공해차 보급제도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외하면서 일본차들의 고심이 클 것”이라 말했다. 

이어 “아직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전기차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전기차 위주로 정책을 밀어붙인 아쉬움이 있다”면서 “전기차의 대중화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만큼 하이브리드 차량도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