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브라운관 공장 37년만에 '역사속으로'

2007-12-20     구자경기자

 

국내에서 TV용 브라운관 생산의 명맥을 유지해 온 삼성SDI 부산공장의 브라운관 생산라인이 모두 폐쇄됐다.

삼성SDI는 20일 부산공장내 브라운관 생산라인인 8,9라인 가동을 모두 중단, 폐쇄했다고 밝혔다.

삼성SDI가 일본과의 합작회사인 삼성-NEC로 설립된 1970년 12월 흑백 브라운관을 처음 생산하고 1980년부터는 컬러 브라운관을 생산해온지 37년만에 브라운관 공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삼성SDI는 2004년 전세계 TV시장의 90.4%나 차지했던 브라운관TV의 시장 점유율이 평판 TV로 옮겨가면서 2007년 3분기 현재 59%로 떨어지고 회사의 적자도 이어지는 등 더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브라운관 생산라인을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선진국 시장에서는 브라운관 TV가 LCD TV와 PDP TV 등에 밀려 이미 경쟁력을 잃었고 중국과 인도 등의 후발 개발국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SDI는 앞서 2005년 독일의 브라운관 생산라인을 전면철수한데 이어 2006년 수원공장과 말레이시아, 올해 7월에는 멕시코와 중국 텐진의 일부 생산라인, 10월 헝가리 생산라인 등도 잇따라 철수했다.

이에 따라 2005년 모두 30개에 달하던 생산라인수가 13개로 대폭 축소됐다.

삼성SDI와 함께 브라운관 시장의 양대 축이었던 LG필립스디스플레이사도 지난 5월 창원공장을 철수한 것을 시작으로 7월에는 브라질 공장에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국내외 브라운관 제조업체와 부품업체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SDI측은 "브라운관 사업의 구조조정이 브라운관TV가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두께를 대폭 줄인 슬림 브라운관에 대한 수요가 아직 있다"며 "하지만 선진국 시장에서의 브라운관 TV시장은 성장한계에 봉착해 구조조정을 통한 신규사업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측은 지난해 매출액 34%를 차지하던 브라운관 사업 비중을 2010년에는 14%로 낮추는 대신 PDP 비중을 32%로 늘려 주력사업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SDI는 브라운관 생산라인을 폐쇄하면서 남게 된 1천여명의 직원에 대해서는 노사협의회 협의를 통해 삼성계열사나 협력사에 배치하는 등 구조조정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