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아이스크림 5사 가격인상 담합 적발…빙그레·롯데푸드는 검찰 고발
2022-02-17 김경애 기자
아이스크림 5개 제조·판매사는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이다. 3개 유통사는 삼정물류, 태정유통, 한미유통이다. 이 중 빙그레와 롯데푸드 2개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스크림업계는 조사·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한 만큼 이번 결정이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들은 "공정위 지시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법리 등을 세밀히 검토해 향후 대응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8개 기업들의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은 2016년 2월 15일부터 2019년 10월 1일까지 약 4년간에 걸쳐 이뤄졌다. 국민 간식인 아이스크림 가격 상승을 초래한 다양한 형태 담합을 적발해 시정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측은 "이번 조치는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 85% 가량을 차지하는 사업자간에 약 4년 가까이 걸쳐 은밀하게 자행된 담합을 적발·제재한 것이다. 과거 2005년 발생한 콘류제품 가격 담합에 따른 2007년 제재(당시 과징금은 총 450억1000만 원)에도 불구하고 재차 발생한 이번 담합에 대해 거액의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조치를 내렸다. 이를 통해 향후 아이스크림 판매시장에서 경쟁질서가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측은 "앞으로도 먹거리·생필품 분야에서 물가상승과 국민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담합 배경=2016년 아이스크림 시장은 주요 소비층인 저연령 소비자 감소와 소매점 감소 추세로 매출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었다. 판매 경쟁이 가열되면서 납품가격이 지속 하락했고, 이로 인해 제조사 수익성이 악화됐다.
시판채널(독립슈퍼, 일반식품점)에서는 소매점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소매점들에게 높은 지원율을 제시하면서 납품가격이 하락했다. 유통채널(체인슈퍼, 편의점, 대형마트)도 할인, 덤증정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실시하는 판촉행사에 지속 참여하며 납품가격이 내려갔다.
국내 아이스크림 제품은 제조사나 제조사 대리점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시판채널과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유통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담합기간 중 롯데제과는 롯데지주와 롯데제과로 분할돼 5개 제조사가 됐다.
경쟁사 소매점 침탈 금지 담합=2016년 2월경 4개 제조사는 경쟁사가 거래하는 소매점을 자기 거래처로 전환하는 영업경쟁을 금지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이는 소매점에 대한 지원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소매점에 공급하는 아이스크림의 납품가격 하락을 간접적으로 방지하는 차원의 담합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어느 사업자가 합의에 반해 경쟁사가 거래하는 소매점에 낮은 납품가격(높은 지원율)을 제시(영업), 자기 거래처로 전환시키면 그 사업자는 자신의 기존 소매점을 경쟁사에게 제공했다. 롯데제과 내부자료에 따르면 빙그레가 드림·태화·코코 등 롯데제과 소매점을 침탈했는데, 그 보상으로 기존 거래처인 미래마트를 롯데제과에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
4개 제조사가 경쟁사 소매점 거래처를 침탈한 개수는 2016년 719개, 2017년 87개, 2018년 47개, 2019년 29개로 급감했다. 4개 제조사간 납품가격 경쟁(높은 지원율 제시)도 제한됐다.
소매점·대리점 대상 지원율 상한 담합=2017년 초 4개 제조사는 지원율 상한을 소매점(아이스크림 할인점 포함)은 76%, 대리점은 80%로 제한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는 소매점 또는 대리점에 공급하는 아이스크림 납품가격 하락을 직접 방지하는 차원의 담합이었다는 설명이다.
편의점 대상 납품가격 인상과 행사품목 개수 제한 담합=2017년 8월 4개 제조사는 편의점 마진율을 45% 이하로 낮추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납품가를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마진율은 판매가와 납품가의 차액인 마진(편의점 수취)이 판매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편의점이 수취하는 마진을 낮추면 제조사들의 납품가격은 상승한다.
시판채널의 경우 2017년 4월 롯데푸드와 해태제과식품이 거북알, 빠삐코(롯데푸드), 폴라포·탱크보이(해태제과식품) 등 튜브류 제품 판매가를 8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2018년 1월에는 4개 제조사가 티코(롯데제과), 구구크러스터(롯데푸드), 투게더(빙그레), 호두마루홈(해태제과식품) 등 홈류 제품 판매가를 할인 없이 4500원으로 고정(정찰제)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2018년 10월에는 월드콘(롯데제과), 구구콘(롯데푸드), 부라보콘(해태제과식품) 등 콘류 제품 판매가를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유통채널의 경우 대형마트와 SSM을 대상으로 2017년 8월 콘류·샌드류 판매가는 700원, 바류 판매가는 400원, 튜브류 판매가는 600원, 홈류 판매가는 35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2019년 8월에는 모든 유형의 아이스크림 제품의 판매가를 최대 20% 일괄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편의점의 경우 2019년 1월 월드콘(롯데제과), 구구콘(롯데푸드), 부라보콘(해태제과식품) 등 콘류 제품과 붕어싸만코(빙그레) 등 샌드류 제품 판매가를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현대자동차 발주 빙과류 구매입찰 담합=4개 제조사는 현대자동차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실시한 네 차례 아이스크림 구매입찰에서 서로 낙찰순번을 합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17~2019년 세 차례 입찰에서 입찰마다 3개 제조사가 낙찰받아 총 14억 원어치 상당의 아이스크림을 납품했다.
시정명령·과징금·검찰고발 조치=시정명령 중 '향후 행위금지 명령'은 5개 아이스크림 제조․판매사와 부산 소재 3개 유통사 모두에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재발방지 교육 명령'은 현재 아이스크림 제조·판매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롯데지주와 해태제과식품을 제외한 3개 아이스크림 제조·판매사, 부산 소재 3개 유통사에 대해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과징금 납부명령은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소극적으로 담합에 가담한 부산 소재 3개 유통사를 제외한 5개 아이스크림 제조·판매사에 총 1350억4500만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빙그레 388억3800만 원, 해태제과식품 244억8800만 원, 롯데제과 244억6500만 원, 롯데푸드 237억4400만 원, 롯데지주 235억1000만 원이다.
아울러 공정위 조사에 협조했는지 여부와 법 위반 점수와 법 위반 전력 등을 고려해 빙그레와 롯데푸드에 '검찰 고발 조치'가 내려졌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