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10명 팽당하는 동안 부사장까지 오른 동화약품 오너4세...윤도준 회장 속내는?

2022-02-24     유성용 기자
동화약품 오너 4세인 윤인호 전무(39)가 지난 21일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14년간 거의 매년 전문경영인(CEO)을 갈아치우며 3세 시대를 이끌어온 윤도준 회장(71)의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전임 CEO들이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빈번하게 교체되며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조직 분위기 속에서 윤 전무는 입사 10년 만에 과장에서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부사장 발령일자는 오는 3월 1일이다.

잦은 CEO 교체 논란 속에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윤 회장은 2년 만에 장남을 부사장으로 승진 시키면서 다시금 오너 입김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2년 전 대표에서 물러날 당시에도 윤 전무를 등기임원으로 선임했다.

동화약품이 오너와 전문경영인 공동대표 체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3세인 윤도준 회장이 경영자로서 경험이 얕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회장은 경희대 의대 교수를 지내다 2005년 동화약품에 뒤늦게 입사했고 3년 만에 CEO가 됐다.
윤도준 회장(왼쪽), 윤인호 전무
문제는 오너와 전문경영인 공동대표 체제가 동화약품에서 성공적으로 구축되지 못한 것.

지금까지 선임된 CEO 중에서 임기를 제대로 마친 인물은 2008년 첫 선임된 조창수 전 대표가 유일하다.

조 전 대표 역시 처음 2년의 임기를 마치고 연임한 뒤에는 자리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이후에 선임된 CEO들 중 다수는 6개월도 못 넘기고 물러났다. 2년을 채운 인물은 2019년 선임된 박기환 전 대표 뿐이다. 그 역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해 3월 사임했다.

현재 재임 중인 유준하 대표는 임기가 3월 21일까지로 이번 주주총회에서 거취가 결정될 전망이다.

내부에서 경력을 쌓았거나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들이 모두 CEO에 오른 뒤 조기에 물러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일각에서는 오너가 전문경영인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나온다. 동화약품은 ‘CEO들의 무덤’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윤 회장이 지닌 인간행복 경영이란 철학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심지어 CEO의 잦은 교체 속에서 후계자의 초고속 승진이 이어진 것을 두고 전문경영인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고 시간벌기 용도로 쓰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후계 수업 과정에서 전문경영인에게 힘을 실어줘 승계 발판을 다지는 경우가 많다”며 “윤 회장은 갑작스레 3세 체제를 열었고 경영자로서 경험이 크지 않은 탓에 인사나 조직관리에 대한 역량이나 관심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CEO들이 자리를 못 잡고 빠르게 교체되는 상황에서 오너 4세인 윤인호 전무는 입사 10년 만에 부사장이 됐다. 윤 회장은 올해 71세다. 

2013년 재경·IT실 과장으로 입사한 윤 부사장은 2014년 중추신경계팀 차장, 2015년 전략기획실 부장, 2016년 이사, 2018년 상무, 2019년 전무 등으로 거의 매년 직위가 올랐다.

2019년 3월 CEO 무덤 논란 속에서 윤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때에는 동화약품 등기임원으로 등재되면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CEO들 각자 개인 사정으로 그만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윤인호 전무는 COO를 맡으면서 회사의 영업이익이 늘었고 헬스케어 투자에 나서는 등 성과를 냈다”며 “오너 대표 체제 등 향후 경영체제의 방향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