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P2E 게임(중)] 국내 시장 막아놓자 게임사는 해외로, 유저들은 편법 접속

2022-03-08     황혜빈 기자
위메이드를 필두로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잇따라 P2E(Play to Earn)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P2E는 게임을 통해 얻은 재화를 거래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지닌 분야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NFT(Non 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와 접목되면서 게임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돈을 벌 수 있다는 바로 그 점이 우리 시장에선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P2E 게임이 사행성 게임으로 규정돼 서비스가 불가능한 것이다. '새로운 기회'냐 '제2의 바다이야기'냐의 논란 속에서 본지는 상·중·하 시리즈를 통해 국내외 P2E 게임 시장 현황을 짚어보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P2E(Play To Earn) 게임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는 국내 게임사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신작 출시가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국내에선 현행법상 P2E 게임을 사행성 게임으로 규정해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블록체인 기반의 P2E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국내 게임사는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네오위즈, 컴투스그룹(컴투스홀딩스, 컴투스), NHN 등 대형사 대부분이다. 

P2E 게임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게임 업계 안팎에서 공통적으로 이견이 없다. P2E 게임의 선발주자인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35억6700만 원으로, 3분기(5억2600만 원) 대비 579% 이상 증가했다. 해외에서 서비스 중인 '미르4 글로벌'의 인기가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유저들은 국내 게임사가 만든 P2E 게임을 정식으로는 이용하지 못한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제32조(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는 ‘누구든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사행성으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우선적으로 P2E 게임을 출시하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국내에 출시된 P2E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는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 분류 취소를 당했다. 지난 1월에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퇴출됐다.

헌법재판소도 아이템 등을 현금화할 수 있는 게임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헌재는 지난 2월 28일 헌법소원심판의 판결을 내리면서 게임을 통해 현금을 환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금지하는 ‘게임산업법’이 합법이라는 결론을 냈다.

헌재는 게임 아이템을 거래해 현금으로 챙긴 경우와 포커, 맞고 등 아케이드 게임물 사업자가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산한 행위 등에 대해 모두 유죄가 맞다고 판단했다. 동일한 취지의 P2E 게임에 대해서도 불법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국내에서 P2E 게임이 막혔지만 국내 유저들은 IP를 해외로 우회할 수 있는 VPN(가상사설망)을 활용해 글로벌 버전의 P2E 게임에 접속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VPN 사용 방법, 게임머니 현금화 방식 등 국내 유저들이 P2E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자세한 방법들이 나와 있다.
 
▲온라인상에서 VPN을 통해 P2E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국내 게임산업법은 규제를 하고 있지만 이미 유저들은 해외 출시된 P2E 게임을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법으로 P2E 게임을 막아놨지만 VPN 등으로 IP를 우회해 이미 이용할 사람들은 다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며 "규제가 하루빨리 완화돼 이용자들이 합법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관단체 관계자는 “이전 바다이야기 사례와 같이 환전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에 대한 게임물관리 위원회의 우려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P2E 게임의 경우 NFT, 블록체인과 연결돼 (시장 형성) 초기에 국내 게임업계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