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부채실사 받는 MG손보 재무상황 살펴보니 '설상가상'...경영악화로 KDB생명 인수 '발목'

2022-03-15     이예린 기자
금융위원회가 MG손해보험에 대해 부실금융기관 선정 작업에 돌입하면서 그 여파로 KDB생명보험 매각이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모금융펀드(PEF)인 JC파트너스가 KDB생명 인수를 위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지난 2020년에 인수한 MG손보의 부실이 심화되면서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MG손보는 당초 약속했던 자본 조달계획이 틀어져 세 번째 경영개선계획안 승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로부터 부실금융기관 선정을 위한 자산부채실사를 통보받았는데 지급여력비율(RBC) 뿐 아니라, 적자 누적과 신계약실적 급감, 투자영업수익 감소 등 경영지표 전반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상태다.

금융위는 부실금융기관 선정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14일부터 3주간 MG손해보험에 대한 자산부채실사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부채실사란 자산이 부채보다 적을 경우 금융위가 해당 금융사를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예금자보호법에 의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는 제도다.

MG손보는 지난해 6월 RBC비율이 97.04%로 경영개선권고에 해당되면서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RBC란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현 보험업감독규정상 RBC 비율이 100% 미만일 경우 경영개선권고를, 50% 미만일 경우 경영개선요구, 0% 미만이면 경영개선명령에 해당된다.
 
MG손보의 RBC비율은 JC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크게 악화돼 업계 평균치의 절반 수준을 밑돌고 있다. MG손보의 RBC비율은 2020년 12월 128.38%에서 이듬해 3월 103.5%로 24.88%포인트 곤두박질 쳤고 6월 97.04%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100.94%로 세 자릿수를 회복했지만 같은 기간 국내 보험사들의 평균 RBC비율인 254.5%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된다.

MG손보의 문제는 RBC비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기순손실과 신계약실적 저하, 투자영업손익의 감소 등 경영지표가 전반적으로 악화돼 영업활동을 통해서 건전성을 개선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지난해 3분기 MG손보의 당기순손실은 3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565억 원에 비해서는 200억 원 이상 개선됐지만, 2년째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어 자력으로 RBC를 개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료수입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신계약실적도 저조하다. 지난해 3분기 신계약건수는 45만4307건으로 전년 51만4395건 대비 6만88건 감소했다. 2019년 52만8614건 비해서는 약 7만 건 이상 감소한 수치다.

투자영업손익도 신통치 않다. MG손보의 투자영업손익은 3년째 감소세다. 3분기 기준 투자영업손익은 870억 원으로 전년 1244억 원 대비 374억 원 감소했으며 2019년 1670억 원 대비해서는 두 배 가까이 줄어들었다.

2020년 JC파트너스에 매각된 MG손보는 지난해 5월 경영관리, 리스크 등을 측정하는 금감원 경영실태평가(RAAS)에서 4등급 이하를 받으면서 약 2년만에 또 다시 경영개선요구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후 11월 MG손보는 2차 경영개선계획안 승인 허가를 받았지만 약속한 15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기한 내 이행하지 못했다. 지난달 개최한 이사회를 통해 기조달 자금 외 나머지 금액인 1318억 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으나 투자자 확정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또 다시 경영개선명령을 통보했고, 3차 경영개선계획안을 다시 제출하도록 했다.

지난 2일 MG손보가 제출한 3차 계획안에 따르면 이달 중 360억 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하고, 6월까지 900억 원을 조달하기로 나타나 있다. 자본 조달 시기를 연기한 것인데, 이외에도 조직 재정비, 사업비 감축, 부실자산 처분 등 내용도 담았다.

이를 두고 업계는 MG손보의 기존 경영개선계획안 불이행과 자본확충 일정 지연 등 경영개선 실패가 다가올 경영개선계획안 승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경영개선명령과 별개로 보험업감독규정을 통해 평가한 MG손보의 순자산이 올해 3월 기준 600억 원 적자 상태인 점을 미루어보았을 때 부실금융기관 지정 요건에 충족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JC파트너스 측은 내년 보험사 부채를 평가하는 새 국제 회계 기준 IFRS17 도입을 앞두고 기존 제도를 기준으로 부실기관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내년 도입되는 새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기준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자산은 약 10%포인트, 부채는 약 25%포인트 줄어 오히려 순자산이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JC파트너스 관계자는 "재무건전성 부실 평가는 최근 금리가 인상된 결과로 금감원 기준 순자산 계산은 금리 인상효과를 자산에만 적용하고 부채에는 적용하지 않는 불합리한 방식"이라며 "내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르면 MG손보의 순자산은 총 5280억 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DB생명 노조 측 역시 새 주인으로 자리한 JC파트너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앞두고 MG손보 부실 이슈로 인한 매각 지연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지난 2020년 12월 KDB생명 대주주 산업은행이 JC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이후 2021년 6월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서류가 접수됐지만 현재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주주 결정 지연으로 경영상태에 직격타를 맞은 KDB생명의 월납초회보험료는 지난해 190억 원으로 전년 232억 원 대비 42억 원 감소했고 RBC비율 역시 184%로 전년 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KDB생명 노조 관계자는 "지난 한 해만 200명이 넘는 전속채널 FC와 60명에 가까운 직원이 KDB생명을 떠났다"며 "더 이상 책임경영 할 대주주 결정이 지연된다면 KDB생명은 존립 자체가 위협받기에 어떤 방향으로든 매각과정이 마무리되고, 경영공백 상태가 끝나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영평가위원회 논의를 거쳐 MG손보가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을 들여다 볼 것"이라며 "경영개선계획 승인 여부는 약속된 자본확충이 완료된 이달 30일 예정된 정례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