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림·마니커 등 닭고기 가격 담합 16곳에 과징금 1758억 부과
2022-03-16 김경애 기자
공정위 제재가 내려진 16곳은 △하림지주 △하림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 △참프레 △마니커 △체리부로 △사조원 △해마로 △공주개발 △대오 △C.S KOREA(씨.에스코리아) △금화 △플러스원 △청정계다.
이 중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 마니커, 체리부로 등 5곳은 검찰에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 11월 25일부터 2017년 7월 27일까지 총 45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판매 가격과 생산량·출고량, 육계 생계 구매량을 담합했다.
육계 신선육은 치킨, 닭볶음탕 등 각종 요리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닭고기로 냉장 상태로 판매된다. 육계 생계는 부화와 성장 과정을 거친 후 도계(도축)되기 이전의 살아 있는 생닭을 일컫는다.
공정위 측은 "이번 조치는 육계 신선육 시장점유율 77%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한 수단을 동원한 담합을 적발·제재한 것으로, 온 국민이 애용하는 닭고기의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담합을 시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육계협회는 이번 공정위 제재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신선육 특성과 관련 법령, 농식품부 등의 유관 부처 행정지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공정위의 입장만을 앞세운 처분이 내려진 탓에 막대한 과징금을 감내할 수 없는 사업자들이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는 입장이다.
협회 측은 "육계협회 회원사인 13개 사업자의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영업이익률이 평균 0.3%에 불과한 데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4개 상장사는 약 0.0002%에 불과해 부당이득이 없었다는 반증에도, 업계 호소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법 위반 내용=공정위에 따르면 16개 사업자(이하 16곳)는 2005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총 45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격과 출고량·생산량, 생계 구매량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들 16곳은 2020년 육계 도계량 기준 시장 점유율 77.1%를 차지하고 있다.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 산정식을 구성하는 모든 가격요소(생계 시세, 제비용, 생계 운반비, 염장비 등)를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육계 신선육 냉동비축량(출고량), 병아리 입식량(생산량) 조절 등을 합의했다. 동원 가능한 담합 수단을 광범위하게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담합은 이들 16곳이 구성사업자로 가입한 사단법인 한국육계협회 내 대표이사급 회합인 통합경영분과위원회를 통해 주로 이뤄졌다.
담합 기간 총 60차례에 걸쳐 통분위 등 회합을 열어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과 생산량·출고량 등을 합의했다. 상호 합의 이행 여부를 점검·독려하거나, 담합으로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났는지 분석·평가하기도 했다.
공정위 측은 "담합은 육계협회 통분위 회합 외에 사업자간 별도 회합(임·직원 워크샵 등)을 통해서도 이뤄졌다"면서 "육계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사건도 별도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5년 11월 25일과 26일에 걸친 제비용, 생계 운반비 인상 합의 관련 A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담합 목적이 사업자들의 이윤 극대화에 있었고 공정위 조사를 우려해 담합을 실무자(영업사원) 차원에서 진행하기로 한 사실이 확인됐다.
도계된 육계 신선육을 시중 공급하면 육계 신선육 공급량이 늘어나 판매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냉동비축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또한 육계 판매가격의 구성요소 중 생계 시세를 인위적으로 상승·유지하기 위해 생계 유통시장에서 생계 구매량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생계 시세는 생계 유통시장에서 수급상황에 따라 변동하는 가격이다. 공정위 측은 이들 16곳이 생계 유통시장에서 인위적으로 생계 초과수요를 촉발시켜 생계 시세를 상승·유지시켰다고 설명했다.
문서에 따르면 복 성수기 생계 시세 인상을 목적으로 외부구매와 냉동비축을 합의한 사실과 더불어 담합을 통해 생계 시세가 kg당 300원(육계 신선육 가격은 510원) 상승할 것이며 사업자들은 총 136억 원의 순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실이 확인됐다.
종란 감축 시 약 50여 일(부화 21일 + 사육 30일), 병아리 감축시 약 30일 후부터 육계 신선육 생산량 감축효과가 나타난다.
공정거래법 제116조에 따르면 다른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의 경우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공동행위와 관련해 △정부의 육계 신선육 생산조정·출하조절 명령이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의 행정지도가 일부 개입됐어도 근거법령이 없거나 △심의 과정에서 근거법령이라 제시된 법률들이 이 사건 공동행위를 허용해 주는 법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육계 등 축산물은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 제5조(수급조절 등)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명령에 의해 사업자간 공동 출고·생산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축산계열화법에 따른 농식품부 장관의 생산조정·출하조절 명령이 이뤄진 바가 없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아울러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되는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려면 자유경쟁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법률이나 그 법률에 의한 명령 범위 내에서 행하는 필요·최소한의 행위여야 한다. 일부 사업자가 심의과정에서 제시한 축산법과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법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정위 조치=공정거래법을 위반한 16곳에는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호(가격 담합)와 제3호(생산량, 출고량 및 구매량 담합)에 의거해 향후 행위금지 명령, 교육실시 명령 등의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아울러 C.S KOREA를 제외한 15곳에 과징금 총 1758억2300만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과징금 수준은 부당이득 규모, 재무상황, 시장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결정됐다.
15곳의 과징금 규모를 보면 하림이 406억200만 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올품 256억3400만 원 △마니커 250억5900만 원 △체리부로 181억8700만 원 △하림지주 175억5600만 원 △동우팜투테이블 145억4800만 원 △한강식품 103억7000만 원 △참프레 79억9200만 원 △청정계 64억3100만 원 △사조원 51억8400만 원 △공주개발 13억2000만 원 △대오 9억2300만 원 △해마로 8억7800만 원 △금화 7억3000만 원 △플러스원 40억9000만 원 순이다.
검찰 고발의 경우 법위반행위 가담 정도 및 주도 여부, 공정위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과거 법 위반 전력 등을 종합 고려했다. 특히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 마니커, 체리부로 등 5곳은 검찰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측은 "2006년 15곳의 육계 신선육 가격·출고량 담합을 적발해 당시 과징금 26억6700만 원 부과 등의 시정 조치를 했는데도 재차 담합이 발생했다. 이번 거액의 과징금 부과와 고발 조치 등을 엄중 제재해 향후 시장에서 경쟁질서가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어 "코로나 시국에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국민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생계 위협형 담합에 대한 감시를 앞으로도 강화하겠다. 법 위반 적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육계협회 입장=협회는 16곳에 대한 공정위 제재가 신선육 특성과 관련 법령, 농식품부 등의 유관 부처의 행정지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처분이라고 반발했다. 이로 인해 사업자들이 막대한 과징금을 감내할 수 없어 도산위기에 직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에 따르면 회원사 13곳의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영업이익률은 평균 0.3%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상장사 4곳은 약 0.0002%에 불과해 부당이득이 없었다는 반증에도 업계 호소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협회는 "사업자가 10년간 발생한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내놓더라도 공정위가 처분한 과징금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제재에는 축산물을 포함한 농산물이 자연재해, 가축 질병 등으로 수급불균형이 빈번하고 보존성이 낮은 생물이라 정부 시장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산업적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축산물 수급조절과 가격안정은 농식품부가 정책적으로 육성해온 축산계열화사업자를 통해 추진할 수 있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추진한 농업정책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신선육 특성과 관련 법령 , 농식품부 등 유관 부처의 행정지도를 충분히 고려해 제재 조치를 재고할 것을 공식 촉구했다는 설명이다.
협회는 "축산업계에는 관련 법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과도기에 담당 부처 승인과 지시에 따라 이행한 수급조절을 정부 내 다른 기관이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어 애꿎은 사업자들만 잡도리하고 있다는 불만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어 "특히 수급조절 내용에 대해 농업 관련 전문지 등에 수시로 보도되는 등 공개 시행했는데도 마치 밀실에서 은밀하게 담합을 추진한 부도덕한 사업자들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한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협회에 따르면 수급 조절과 가격안정 정책시행 결과로 계열화사업자들은 수익을 얻지 못했다. 다만 닭고기 수급균형이 이뤄지면서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과 물가 안정에 기여했고, 과거 투기 성향의 산업을 농가당 2억 원 이상의 안정적인 고소득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등의 효율성 증대도 가져왔다고 자평했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서 닭고기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로, 배달앱 수수료나 배달 운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협회 측 입장이다.
협회는 추가 진행이 예정된 협회에 대한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재차 소명할 계획이다. 또한 차제에 축산물의 특성에 맞는 수급조절 제도를 법제화하는 데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