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 최원석 1년, B2B 벗고 사업다각화에 초점...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숙제

2022-03-23     원혜진 기자
비씨카드 최원석 대표가 취임 1년을 맞이한 가운데 주 수익원인 프로세싱 업무 입지가 좁아짐에 따라 올해 뚜렷한 실적 개선이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비씨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순이익은 1016억 원으로 전년 696억 원 대비 45.8%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에 반영된 파생상품 관련 이익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742억 원과 2020년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 723억 원을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없다. 사실상 유의미한 개선이라고 보긴 어려운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씨카드 고객사 가운데 3분의 1이상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카드가 자체 결제망 구축을 선언했고, 핀테크 업계의 간편결제(PG) 시장이 확대돼 위기감도 커졌다. 이에 최 대표는 B2B(기업 간 거래) 기업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으로의 전환이란 카드를 꺼냈다. 
▲최원석 BC카드 대표
최 대표는 실적 부진으로 경질된 이동면 전 사장의 후임으로 교체 투입된 인물로, 업계에서는 금융·데이터 융합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삼성증권, 에프앤가이드 등을 거쳐 엔프앤자산평가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금융상품 통합 평가 엔진을 개발했다. 이후 2015년부터 6년간 BC카드 사외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최 대표 체제 이후 비씨카드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자체 발급 카드 상품 확대와 함께 디지털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개인고객 확대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 블랙핑크 카드를 시작으로 시발(始發) 카드, 로스트아크 카드 등 자체 카드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주력인 카드 결제 프로세싱 업무를 통해 축적된 결제 데이터가 방대해 상품 개발 등에 유리하고, 신용판매와 카드론 수익도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비씨카드는 데이터 사업 확장을 목표로 지난해 조직개편을 단행한 후 이종산업과 ‘데이터 동맹’을 맺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이마트24와 정보분석 기업인 닐슨컴퍼니코리아와 함께 소비·판매·상품 분류 데이터를 결합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가상 자산 거래 플랫폼 두나무와 NFT(대체 불가능 토큰) 기반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출시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 14일에는 대출 비교 서비스를 탑재해 상품 금리와 한도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이 같은 영업 전략이 두각을 드러내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몇 년간 비씨카드의 순이익은 감소세다. 
 
2017년 순이익 1472억 원에서 2018년 709억 원으로 떨어졌고, 2019년에는 1159억 원, 2020년 696억 원으로 급감했다. 2019년의 경우 해외법인 지분 매각 등이 영향을 끼쳐 순수 영업이익으로 보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순이익 1016억 원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에 지분투자한 케이뱅크 파생상품 관련 이익이 반영된 영향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742억 원으로 2020년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 723억 원과 비슷한 수치다. 

자체 카드 수수료 수익은 2019년 45억 원에서 2020년 46억 원으로 소폭 늘었고 지난해 3분기에는 약 60억 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0.2%로 아직 미비하다. 

현재 비씨카드의 주된 영업수익은 신용카드 결제대행 프로세싱 쪽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매입업무(결제망 제공 수수료) 수익 비중은 88%로 사실상 한해 영업이익의 명암을 가르는 셈이다. 

그러나 주요 회원사 중 신한·KB국민·하나카드에 이어 최근 우리카드까지 등 자체 결제망 구축을 선언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리카드의 자체 결제망 구축이 현실화되면 망제공 수수료 수익성 악화도 피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핀테크 업계의 간편결제 시장 확대로 견제 요소도 늘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최원석 대표 취임 후 자체 카드 상품 확대, 디지털 플랫폼 사업 확대 등이 카드 실적에 영향 미치고 있다"며 "지난해 카드이용액 증가로 기존에 운영하던 매입업무 수익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파생상품의 경우 순이익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지난해 말 SNS를 통해 진행한 임직원 미팅에서 "2022년은 신결제 시장을 확대하고, 생활금융 플랫폼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BC카드는 올해 자체 카드 발급 목표량을 45만 장까지 높여 잡고 B2C 기업으로의 안정적인 체질 전환에 나설 예정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원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