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3~4등급만 보험금 지급에 소비자 부글부글...의료계 "등급만으로 수술여부 판정 무리"
2022-04-11 문지혜 기자
특히 백내장 등급이 낮을 경우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해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상황이다.
의료계에서는 백내장 등급만으로 수술이 필요한지 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보험사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충청북도 청주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3월 강남에 있는 한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말부터 눈이 침침하고 사물이 뿌옇게 보이는 증상이 계속됐는데, 알고 보니 백내장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
사전 검사를 통해 백내장 진단을 받았고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수술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백내장 수술도 다양하지만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법은 뿌옇게 변한 기존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로, 렌즈 가격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평균 6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도 하지만 이 씨는 10년 전에 가입한 A보험사 보험 상품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 요청하는 서류를 모두 제출했더니 백내장 진단 등급이 너무 낮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거절당했다. 오히려 보험 사기를 의심하며 제3 의료기관을 통한 의료자문을 실시하겠다고 대응했다.
이 씨는 “10년 동안 보험료를 냈는데 정작 필요한 순간에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다”며 “보험약관에도 백내장 등급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고 병원에서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는데 대체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고 황당해 했다.
실제로 최근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 보험사들이 지급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시력교정을 위해 멀쩡한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보험사기가 많아 보험금이 새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세극등현미경검사를 통해 백내장이 확인된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가짜 백내장’을 걷어내기 위해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대형 보험사는 이미 약관을 개정해 세극등검사지를 필수제출 항목으로 지정했다.
금융당국 역시 백내장 과잉 진료 및 수술로 보험금이 새고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필요한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국민건강보험·민영 보험사의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져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한다"며 "보험사기 관련된 소비자와 의료기관은 불법행위에 연루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세극등현미경검사는 백내장을 위한 기본적인 검사기 때문에 부당한 요구는 아니라면서도 백내장 등급에 따른 보험금 지급 거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백내장 등급은 핵의 혼탁 정도에 따라 6단계, 피질과 후낭하혼탁 정도에 따라 각각 5단계로 분류한다.
1~2등급은 약물 치료로 진행 속도를 늦추고, 3~4등급부터 수술을 하는 게 일반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의사가 판단했을 때 위치와 혼탁정도가 일상생활을 하는데 불편할 정도면 수술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등급이 낮다고 필요 없는 수술이라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대한안과의사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3~4단계 정도에서 수술을 하지만 일률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며 "혼탁 위치, 시력저하 정도, 직업, 나이, 생활패턴 등을 안과전문의가 종합적으로 판단하며 등급이 낮더라도 필요한 경우 더 일찍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