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정수기 '6시 땡' AS에 소비자 불만 폭증..."수리하려면 연차 내라고?"
지역 담당자 재량 따라 평일 야간, 휴일 서비스 제약
#사례1=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A통신사의 인터넷을 사용 중인데 지난 5월 네트워크 오류로 두 차례 방문 AS를 받았다. 문제가 재차 발생해 이번에는 퇴근 이후로 수리 시간을 잡길 원했지만 안됐다. 상담원은 오후 5시 이후로는 방문이 어려우니 연차를 쓰라고 권고했다. 김 씨는 “결국 5시 이전에 방문하지 않으면 AS가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았는데 이런 상황이 이해되지 않고 화가 난다”라며 황당해했다.
#사례2= 경기 하남시에 사는 양 모(여)씨는 B렌탈업체의 정수기를 사용하면서 두 달에 한번씩 점검을 받아왔다. 3월에 점검을 신청하며 평일 저녁으로 일정을 잡고 싶었지만 서비스 담당자가 "회사에서 추가 근무 수당을 주지 않는다"며 "평일 오후 6시 이후로는 점검해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양 씨는 6월 현재까지 아무 점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양 씨는 “고객센터에서는 두 달에 한 번뿐인데 업무 시간 내에 점검받을 수 있게 협조하라는 말 뿐”이라며 불쾌해했다.
인터넷 등 수시로 AS를 받는 통신이나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렌탈 가전의 평일 야간 서비스에 제약이 잇따라 소비자들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업체들은 평일 야간 서비스 요금까지 책정해놓고 있지만 실제 지역 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는 소비자는 평일 저녁 시간대에 AS를 받고 싶어도 담당 기사가 원치 않을 경우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업체들도 담당자들의 근무 시간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 현장에서는 일정 조율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도 렌탈 가전의 정기 점검 때문에 연차를 내야 하느냐는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통신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위 사례처럼 AS를 받아야 하는데 평일 주간에만 스케줄이 가능해 연차를 내야 했다는 하소연이다. 하자 수리가 계속돼 수차례 연차를 내야 했다는 불만도 찾아볼 수 있다.
직장에 다니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인터넷이나 렌탈가전의 AS를 주말보다는 평일에, 그리고 근무 시간 이후인 오후 6시 이후 저녁 시간대에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업체와 코웨이, SK매직, 청호나이스 등 렌탈업체 모두 담당자들의 근무 시간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사 정규직 AS 기사는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고 렌탈가전 서비스 담당자의 경우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돼 해당 직원이 근무를 원치 않는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서비스 받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들의 정규직 AS 기사들의 근무 시간은 일반적인 직장인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주 52시간 내 유동적으로 탄력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도 AS 기사의 재량이기 때문에 평일 저녁 시간에 서비스 받기를 원한다면 협의를 거쳐야 한다.
코웨이, SK매직, 청호나이스 등 주요 렌탈 가전체들의 경우 서비스 담당자를 특수 고용직 형태로 고용해 근무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비스 담당자의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처리 건수에 따라 보수를 받는 특수 고용직이라 소비자가 직접 담당자와 협의해 스케쥴을 잡는 방식이다. SK매직은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특수고용직이라 다른 업체와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특수고용직이란 회사와 개인이 도급계약을 맺고 일정 범위 내의 서비스를 자유롭게 담당하며 처리한 건수만큼 보수를 받아가는 일종의 프리랜서나 개인 사업자의 개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AS 기사나 서비스 담당자가 근무하길 원치 않는다면 서비스를 받기가 쉽지 않다. 업체들도 개인의 근무 시간까지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에 난색을 표하는 눈치다.
통신사 관계자들은 “일반적으로 AS나 설치 기사분들 모두 정규직이기 때문에 근무시간 외에 서비스 제공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렌탈가전 업체 관계자들은 “관리 서비스 제공 담당자들은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와 같은 특수고용직인 경우가 많아 회사가 근무시간을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