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만 원 4성급 호텔 욕실에 기다란 검정 벌레 더미가 '꾸물꾸물'

2022-06-21     김혜리 기자

4성급 호텔에서 벌레가 여러 마리 발견됐지만 호텔측의 성의없는 대처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분통을 터뜨렸다.

호텔의 위생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금전적인 문제뿐 아니라 시간적인 손해를 끼치지만 호텔 측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한 보상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전시 서구에 사는 이 모(여) 씨는 6월 1박2일 일정으로 4성급 호텔인 강원도 강릉시의 ‘세인트존스호텔’ 패키지를 숙박앱을 통해 43만 원에 결제했다.

이 씨는 호텔에 투숙한 당일 객실 내 샤워실에 들아갔다가 경악했다. 여러 마리의 기다란 검정 벌레 더미가 하수구로 떠내려 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호텔 프런트 데스크에 상황을 전달하자 "직원이 소독하겠다며 에프킬라 살충제 하나를 가져왔다"며 황당해 했다.  

이후에도 이 씨는 욕실에서 같은 벌레를 계속 목격했고 거미줄, 곰팡이, 이끼 등을 발견하고 호텔에 항의했다. 호텔 직원은 방을 바꿔준다고 했지만 한 시간 동안 기다려도 묵묵부답이었다고.

결국 이 씨는 호텔 측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호텔측은 "내부 규정상 환불해줄 수 없고 권한이 있는 임직원들이 휴무 중이다"라는 답변으로 거부당했다. 

이 씨는 "어렵게 시간을 내서 한 달 넘게 기다렸다가 갔는데 스트레스만 받고 지쳐서 돌아왔다"며 "나중에 세인트존스호텔 후기를 찾아보니 과거에도 바퀴벌레를 발견한 사례도 있어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해 강릉 시청에도 민원을 넣었다"라고 말했다. 

세인트존스호텔 관계자는 "그동안 벌레가 나타나는 문제는 없었고 이번이 처음 발생한 일이다. 객실이 1000개가 넘다 보니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할 때가 있다"라며 "위생 문제 발생 시 내부 규정상 환불해 주진 않는다. 대신 객실을 바꿔주고 식음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호텔의 내부 청소는 호텔 직영으로 상주하는 청소업체가 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강릉시청 숙박위생 담당자는 "객실에 손님이 있어서 현장을 직접 점검하진 못했지만 호텔 측이 욕실에 균열이 생긴 부분에서 벌레가 생긴 것으로 여기고 바로 실리콘으로 조치한 사진을 받았다"라며 "소독 증명서를 확인했을 때 5월 26일과 6월 5월에 소독한 걸로 파악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소독증명서에는 호텔 전체 면적과 평수를 소독했다는 것만 나와있다고 한다.  

해충방제업체 관계자에게 이 씨가 제보한 영상의 벌레 생김새를 설명하자 "실지렁이나 파리유충으로 추측되며 화장실 하수구를 관리하지 않으면 유기물이 쌓여서 파리가 알을 낳아 유충이 자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상황별로 다르지만 유충을 방지하기 위해 청소를 해주는 게 중요하고 보통 유충 예방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살충 처리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제보자가 제공해준 영상에서도 4성급이라고 하기엔 무색할 정도로 벽에 금이 가 있었다. 벽의 균열을 빠르게 조치를 취했거나 소독을 잘 했다면 발생하지 않을 문제였던 셈이다.

높은 등급의 호텔에 값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간다면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청결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등급을 막론하고 호텔에 투숙했다가 벌레부터 이물질이 있는 침구류까지 여러 종류의 위생 문제로 피해를 입은 제보가 올라와있다. 

상품에 하자가 있으면 교환이나 반품을 할 수 있지만 호텔 위생 문제는 눈에 띄게 오염된 환경이 아니라면 보상받기 어렵다.

한국소비자원은 "호텔에서 위생 문제가 발생할 때 소비자에 따라 받아들이는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업체와 소비자를 중재해서 일부 배상 금액을 권고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력은 없다"고 전했다

'세인트존스호텔'과 같은 관광호텔은 의무적으로 3년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기관에서 호텔에 방문해 위생을 포함한 여러 항목들에 점수를 매기고 평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교육하고 해당 지자체도 호텔을 점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관광호텔의 위생은 일차적으로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고 교육하고 있다"며 "관광호텔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기 때문에 위생은 기본적으로 지켜질 수 밖에 없어서 문체부에서는 관광 발전에 초점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릉시청의 숙박위생 담당 부서는 "강릉시 숙박업소의 위생 불량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을 확인하고 경미한 위생 문제는 호텔 측에 위생 안내와 지도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역할 분담을 나눠서 관리한다고 볼 수 있으나 한 업종에 여러 기관이 담당하면 중복된 역할이 있다 보니 문제가 발생해도 떠넘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강릉시청에서 관광호텔 위생 관리의 실질적 책임 기관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각각 기관마다 다른 기관에 책임 전가하는 부분이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