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신용등급 떨어진다고?...캐피탈 자동차 할부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22-06-20     원혜진 기자
자동차처럼 한번 선택하면 바꾸기 쉽지 않은 자산은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모델과 연식, 옵션, 구매처와 판매인에 대한 정보까지 꼼꼼하게 알아보고 구매하기 마련이다.

대부분이 현금보다는 할부 결제를 선호하는데 정작 구매 과정에선 금리 비교나 큰 고민 없이 판매인이 권하는 할부 상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곤 한다.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선 여전히 캐피탈사가 강세지만, 최근 국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카드사들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6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9조766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2.7%(1조1026억 원) 증가했다. 

반면 전체 캐피탈사의 자동차 할부 금융 자산은 전년 대비 3.75%(8151억 원) 감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이 최근 5년 중 가장 낮았던 해다. 

카드사들은 카드 가맹점수수료를 바탕으로, 자동차 구매 고객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판매인들을 공략해 나가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여기에 캐피탈 업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캐피탈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영어로 자본을 뜻하는 ‘캐피탈(Capital)’은 해외에서는 부정적인 뉘앙스 없이 가치 중립적인 단어로 사용된다. 그래서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과 금융사들의 사명에 캐피탈이라는 단어가 활용된다. 국내에서도 초기 캐피탈은 주로 할부금융사나 리스사, 신기술금융사 등의 사명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불법대부업체나 유사금융업체, 사채업자,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자신의 실체를 감추는 수단으로 ‘OO캐피탈’이라는 이름을 우후죽순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초고금리 불법 대출과 추심, 각종 범죄가 크게 늘어났다. “캐피탈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계기다.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경쟁자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캐피탈사들은 오해와 편견이 있다고 설명한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모든 회원사의 국산차 차종별 금리를 확인할 수 있다.

승용차 중 작년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국산차인 현대자동차 '그랜저'를 36개월 할부로 구입할 경우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사는 현대캐피탈로 최저 2.8%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SUV/RV 차량 중 작년 판매량 1위인 기아 '카니발'을 36개월 할부로 구입할 경우에도 현대캐피탈이 2.8%로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특히 현대캐피탈은 동일한 차종과 할부금융 상품을 이용하면 고객의 신용도에 상관없이 모두 최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여신금융협회 현대자동차 그랜저, 기아 카니발 36개월 할부 구매 시 금리 비교

조건은 약간 상이하지만 시중은행이 연 3.5%~4.2%대의 최저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현대캐피탈의 할부 금리는 주요 은행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현대캐피탈은 올 6월부터 현대자동차(캐스퍼 제외)와 기아 신차 구매 시, 전 차종에 대해 파격적인 최장 12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목돈이 생길 때 언제든 부담없이 잔여 할부금액을 상환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속 금융사(Captive finance company)로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차량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최적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때문에 다른 금융사보다 낮은 금리와 다양한 상품 옵션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차 중 작년 판매량 1위는 메르세데스-벤츠의 E250 모델이다. 다만, 여신금융협회 공시포털에서는 수입차종에 따른 금리 분류표를 제공하지 않아, 해당 모델의 최저금리는 비교하기 어렵다. 따라서 각 금융사별로 2022년 1분기 수입차 자동차 할부에 적용한 평균 금리를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객관적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삼성카드가 2.72%로 수입차 할부 평균금리가 가장 낮았고, 하나카드,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 BMW파이낸셜이 뒤를 이었다. 단, 전속 금융사인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 BMW파이낸셜, 토요타파이낸셜 등은 0~0.01%의 금리가 적용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아, 사실상 차종에 따라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캐피탈은 수입차 자동차 할부상품은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여신금융협회 수입차 신차 할부 구매 시 금리 비교

카드사와 캐피탈사 간 대출상품 이용 시 신용등급 하락의 차이는 없다.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개인의 대출, 신용카드 등의 거래 및 연체 이력이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도 타 금융기관 대비 신용등급 하락폭은 크지만 연체 없이 상환했다면 신용등급 회복이 가능하다. 오히려 1~2곳 내외의 많지 않은 금융기관에서 적정 수준을 대출하고, 연체 없이 갚는다면 거래 이력이 없는 경우보다 신용평가 점수가 오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캐피탈사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은 개별상품에 따라 최고 금리가 카드사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동일한 고객이 캐피탈사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카드사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 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금리 적용방식이 다른 것이다. 캐피탈사들은 자사의 상품 이용조건을 충족하는 고객들에게 차종에 따라 고객의 신용등급과 관계 없이 같은 금리를 적용한다. 카드사를 이용할 경우에는 동일 할부금융 상품 및 차종에서도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 금리가 적용된다.

흔히 금융기관은 제 1, 2, 3 금융권으로 나뉘어진다. 제2금융권은 은행을 제외한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협동조합 등 제도권 금융사가 해당된다. 제3금융권은 제 1, 2금융권에 속하지 않지만 합법적으로 대출을 하는 기업으로 소위 ‘대부업체’를 의미한다. 문제는 제3금융권의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업체 등이 '캐피탈'이라는 단어를 업체명에 고유명사처럼 사용하고 있는 데에 있다.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은 현재 기준, 여신금융협회 정회원사 자격을 지닌 45개 캐피탈사에서만 취급하고 있다. 자동차 할부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부업체는 없다. 하지만 제3금융권을 총괄하는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등록된 업체 중 100곳이 넘는 대부업체(117개)가 사명에 '캐피탈'을 포함하고 있다. 이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곳까지 합치면 캐피탈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대부업이나 다른 일을 하는 업체는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캐피탈사 입장에서는 간판만 캐피탈로 달고 있는 대부업체들 때문에 함께 묶여 여러 비난을 받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특히 대부업체는 판매할 수도 없는 자동차 할부금융을 주력으로 하는 대형 캐피탈사들은 더욱 억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원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