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일 2년 넘은 아이스크림 먹고 배탈...유통기한 없지만 소비자들 '불안 불안'

2022-06-28     김경애 기자
# 서울특별시 중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달 26일 편의점에서 구매한 통 아이스크림을 먹던 중 평소와 다른 이상한 맛을 느꼈다. 섭취를 중단하고 제품을 살펴보니 유통기한은 써 있지 않고 제조일자가 2020년 7월 22일이라 적혀 있었다. 제조일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나 있어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이 씨는 "제조한지 1년이 넘은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 전북 전주시에 사는 오 모(남)씨의 아내는 지난 6월 초 튜브 형태의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복통과 설사, 구토를 호소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살펴보니 제조일이 2020년 5월 29일로 2년가량 지나 있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아이스크림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1년까지를 권장하고 있었다. 오 씨는 "오래된 아이스크림이 증상의 원인인 것 같다. 어린 자녀가 먹었다면 큰일날뻔 했다"고 말했다.

#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정 모(여)씨는 올해 3월 말 박스에 들어있는 아이스크림을 꺼내 어린 자녀와 함께 먹었다. 자녀가 "가루가 떨어지고 맛도 이상해 더는 먹지 않겠다"고 말해 섭취를 중단했다. 아이스크림을 살펴보니 제조일이 2020년 9월 2일로 1년 반 이상이 지나 있었다. 정 씨는 "아이가 예민해서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계속 설사를 하고 있다. 만들어진 지 1년도 넘게 지난 제품이 시중에 돌아 다니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제조일이 1년 이상 지난 아이스크림을 먹고 건강상 문제를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맛이 이상하거나 먹은 후 복통과 설사가 지속돼 포장지를 살펴보니 제조일로부터 수년도 더 지난 제품이었다는 불만들이다. 오래 전에 만들어진 만큼 품질이 변질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등 국내 주요 아이스크림 기업부터 영세업체까지 규모를 가리지 않고 오래된 아이스크림에 대한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소비자들이 아이스크림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오인해 빚어진 사례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스크림에는 유통기한이라는 개념이 없다.

유통기한은 제품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과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의미한다. 빙과류는 제조 과정에서 살균 공정을 거친 후 영하 18℃ 이하 냉동 상태로 유통되는데, 이 온도에선 미생물이 증식할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식품위생법에 의거해 아이스크림에 유통기한 표시 의무를 배제하고 제조일자 표시만 의무화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뿐 아니라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기준에서도 아이스크림에 유통기한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은 냉동상태로 보관하는 특성상 보존성이 높다고 보고 유통기한 없이 제조일자만 표기해도 무방하다는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빙과업계는 아이스크림의 권장 유통기한을 제조일로부터 1년까지로 보고 있지만 유통·보관만 잘 된다면 제품 특성상 1년이 지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크림 변질은 제조일자나 유통기한과는 관련이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제조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으나 아이스크림이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에서 유통·보관되는 과정에서 녹았다가 다시 얼게 되면 맛 변화, 미생물 증식 등 변질 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은 유통기한이 없으므로 소비기한도 없다. 소비기한은 식품 품질이 변화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설정되는데, 아이스크림은 영하 18℃ 이하 냉동 상태만 유지하면 부패나 변질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기한이란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이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유통기한 대신에 도입된다.

일각에서는 유통 과정과 소매점 판매 과정에서 냉동고 온도가 영하 18℃ 이하로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아이스크림에도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빙과업계 관계자는 "유통 과정에서 녹은 아이스크림은 포장지 겉표면만 봐도 구분 가능하다. 구입 시 모양이 변했거나 과도하게 딱딱한 상태의 제품은 섭취하지 말고 제조사나 구입처를 통해 환불·교환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