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제약바이오 실적 전망 엉터리…셀트리온·GC녹십자·유한양행 등 크게 빗나가

2022-07-20     김경애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제 실적과 증권사에서 내놓는 전망치간 오차 수준이 너무 크게 벌어져 금융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례로 한국투자증권이 18일 오전 발표한 한미약품(대표 우종수·권세창)의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5% 증가한 153억 원으로 분석됐지만, 같은 날 오후 공시된 한미약품 잠정 영업이익은 86.4% 늘어난 296억 원이었다. 이 때문인지 한미약품 오전 주가는 전장 대비 5%대 급락하기도 했다.

투자 지표로 가장 많이 참고되는 증권사 실적 전망이 실제 수치와 큰 격차로 신뢰도를 잃고 있는 모양새다.

20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국내 10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공시한 올 1분기 잠정 매출과 영업이익을 증권사 전망치와 비교해본 결과 금액은 최대 511억 원,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은 최대 497.4%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금액 면에서는 셀트리온(대표 기우성)이, 증가율 면에서는 GC녹십자(대표 허은철)와 유한양행(대표 조욱제) 2개사 격차가 가장 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존림)와 SK바이오사이언스(대표 안재용), 종근당(대표 김영주)도 격차가 적지 않았다.

전망치에 부합한 기업은 한미약품과 대웅제약(대표 전승호·이창재), HK이노엔(대표 곽달원) 정도였다.
 
셀트리온을 먼저 보면 지난 4월 28일 신한금융투자는 셀트리온의 올 1분기 실적 전망치로 전년동기 대비 9.3% 늘어난 4995억 원의 매출과 9.5% 줄어든 1879억 원의 영업이익을 제시했다.

그러나 15일 후 셀트리온이 공시한 1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은 20.5% 늘어난 5506억 원, 영업이익은 32.2% 줄어든 1423억 원이었다. 매출은 511억 원, 영업이익은 -456억 원 차였고 증가율 차도 매출은 11.2%포인트, 영업이익은 22.7%포인트로 적지 않은 수치를 보였다.

GC녹십자는 실제보다 낮은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가 제시됐다. 대신증권은 지난 4월 14일 GC녹십자의 1분기 매출을 전년동기 대비 35.5% 늘어난 3826억 원, 1분기 영업이익을 238.6% 늘어난 168억 원으로 제시했다.

다음 달인 5월 2일 GC녹십자가 공시한 1분기 잠정 매출은 47.7% 늘어난 4169억 원, 영업이익은 무려 736% 늘어난 418억 원이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가율에서 497.4%포인트 격차가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낮게, 유한양행과 종근당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높게 제시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영업이익은 높게, 매출은 낮게 제시됐다.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이 실패하는 배경에는 기업에서 제시하는 목표치에 대한 높은 의존성과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예측이 어려운 돌발 변수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예로 들면, 연봉 협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판매관리비 증가를 고려해 낮은 수준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실제 영업이익 증가율과 전망치간 격차는 무려 82.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실적 전망은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반복 확인해야 실제 실적과 유사한 수치를 낼 수 있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부실한 분석 능력으로 나온 현실과 괴리된 전망이 시장 불신을 자초하는 것은 물론 투자자들의 큰 손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도 실제 실적에 비해 전망치가 부풀리거나 쪼그라들었을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지만 실제와 지나치게 괴리가 클 경우 문제가 된다. 기업과 금융 소비자의 손실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해당 증권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신뢰도 하락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시 전 발표되는 전망치는 통상 상향의 경우 문제로 삼지 않지만, 실제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하향 제시된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집계가 끝나지 않은 이상 문제를 삼을 수 없다. 말 그대로 전망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실적과 지나치게 큰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애널리스트들이 성장동력, 비전 등에 대한 기업과의 소통 빈도를 늘리고 데이터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반복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