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복귀 신호탄 쏜 이재용 부회장, M&A·조직정비·지배구조개선 뉴삼성 속도
2022-08-19 유성용 기자
이 부회장은 19일 오후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초격차’ 기술 확보를 당부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연구 기지를 만드는 것은 2014년 화성사업장의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DSR) 설립 이후 8년 만이다.
일각에선 경영 보폭이 자유로워진 이 부회장이 이르면 10월께 10년째 유지 중인 부회장 직함을 떼고 회장으로서 그룹 조직 정비와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월 정기인사 전에 뉴삼성 기틀을 닦기 위해 총수의 거취를 확고히 할 필요가 있고, 10월~11월에는 고 이건희 회장 2주기와 삼성전자 창립기념일, 이병철 회장 35주기 등이 몰려 있어 시기상 명분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미·중 공급망 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 총수가 굳건히 자리하며 투자와 사업 전략 수립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주력 사업이 파운드리 반도체와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사업이 모두 영향을 받는다.
실제 삼성은 2017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이후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겪으면서 대규모 신규 투자가 중단된 상태다. 단적으로 SK그룹 지주사인 (주)SK가 지난해 159개의 계열사를 신규편입했지만 삼성전자는 5개에 그친다.
그간 위기를 선제적으로 포착해 기회로 전환하는 성장 전략을 추구해온 삼성인데, 총수 부재의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된 모습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임직원들 위축이 심하고 위기 돌파 동력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불법승계 의혹 등으로 2017년 3월 특검에 의해 구속된 이후 5년 동안 130번 넘게 법원에 출두했다. 올 들어서는 매주 1번꼴로 꼬박 출석하며 재판 준비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했다. 사면이 발표되는 날에도 이 부회장은 회계부정, 부당합병 의혹을 둘러싼 공판에 참석했다.
재판이 이어지고 출장이 자유롭지 못했던 탓에 이 부회장의 글로벌 보폭은 올해 네덜란드, 일본 등에 한정됐다.
복권된 이 부회장은 앞으로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와 배터리의 사업 기틀을 고 이건희 회장이 다진 만큼 이 부회장으로선 오롯이 자신만의 동력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 들어 줄곧 “부품과 세트 부문 모두에서 조만간 대형 M&A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 부회장은 대규모 M&A를 통해 반도체 분야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한편 특별사면의 명분인 경제회복과 민생안정 등 두 토끼를 모두 잡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이 지난 5월에 발표한 450조 원 투자와 8만 명 신규 고용 계획도 이 부회장이 뉴삼성 체제에서 빈틈없이 챙길 사안으로 꼽힌다.
총수 부재 사태로 중단된 수요 사장단 회의도 이 부회장이 직접 주재하며 부활할지 관심거리다. 자연스레 이 부회장을 지근에서 보좌할 콘트롤타워도 재구축 될 것인지에 시선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조만간 삼성준법감시위원회와도 만날 예정인데, 그룹 지배구조 개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등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논란 대상이 됐던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그룹 구성이 금융과 비금융이 섞여 있어 지주사 개편도 쉽지 않다. 금융지주을 만드는 방안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을 비금융 계열사들이 사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
삼성은 현재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지배구조 관련 컨설팅을 맡기고 관련 보고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착공식 참석은 본격적으로 경영 최일선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며 “대외행보를 통해 그룹이 처한 현안과 대응 방안을 살피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조직·사업 재편 등을 통해 뉴삼성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