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전복죽인데 전복은 어디에?...쥐꼬리 함량에 소비자 불만 끓어
대형 식품사들, 포장·표시기준 허점 이용해 소비자 기만
2022-10-07 김경애 기자
빙그레 관계자는 "이 제품은 표기된 만큼 정량의 블루베리 시럽이 함유돼 있다. 다만 제조 과정상 시럽이 일부 뭉쳐지면서 흩뿌려지지 않아 발생한 현상으로 보인다. 패키지 이미지 우측에 '연출된 예'라는 문구를 삽입하고 있어 허위·과장 표기로 보기가 어렵다. 제조 공정 개선을 통해 향후 동일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전복죽이라면서 전복은 어디가고 버섯만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사는 송 모(남)씨는 지난 달 27일 오뚜기 파우치죽인 '오즈키친 전복죽'을 데워 그릇에 담는 도중 황당함에 실소를 표했다. 파우치에 삽입된 이미지에는 두툼한 전복이 가득 있었는데 실제로는 얇게 썰어진 네 점에 불과했고 버섯만 한가득이었다고. 송 씨는 "전복죽이라면서 전복은 거의 없고 버섯만 가득했다. 버섯죽으로 제품명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며 황당해 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제품의 전복 함량은 4%로 풍부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다. 다른 고형물들과 어우러져 건더기 함량이 풍부한 제품으로 개발됐다. 포장지에 나와있는 조리예는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나타낸 것이므로 실제 함량인 4%보다는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건더기함량 증가 등 제품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함량이 낮은 원재료를 제품명과 이미지에 사용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 제품 대다수는 블루베리, 갈비, 전복 등 원재료를 제품명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품명에 포함된 성분들의 함량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는 소비자가 많다. 그러나 실제는 아주 소량만 함유하고 있어 내용물이 처참한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식품 성분 중 하나를 제품명이나 제품명의 일부로 사용한 후 함량을 표시하고, 제품 앞면에 '연출된 이미지' 등의 문구만 표시하면 문제 삼을 수 없다.
포장·표시 기준의 허점을 식품업체들이 이용해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과대 포장·광고를 넘어 사기가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식품표시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7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CJ제일제당과 동원F&B, 대상, 오뚜기, 풀무원 등 주요 가공식품 업체들이 판매하는 가정간편식(HMR) 전복죽과 갈비탕 제품을 판매량순으로 무작위 선정해 전복과 갈비살 함량을 각각 조사한 결과 대체로 함량이 많지 않았다.
가격(이마트몰 기준)은 천차만별이었지만 전복은 평균 4%대, 갈비는 평균 17%대 수준에 불과했다.
전복죽을 보면 동원F&B 양반 듬뿍 전복죽(용기)이 5.85%로 전복 함량이 가장 높았고 양반 전복죽(용기)과 양반 전복죽(파우치)이 각각 5.8%, 4.1%로 뒤를 이었다.
오뚜기 오즈키친 전복죽(파우치)과 CJ제일제당 비비고 전복죽(용기·파우치), 풀무원 영양 전복죽(파우치), 순수본 본죽 전복죽(파우치) 등은 4%로 모두 동일했다.
두 번째 사례에서 송 씨가 불만을 표한 오즈키친 전복죽의 전복 함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표고버섯과 새송이버섯을 각각 2% 함유하고 있어 건더기가 전복반 버섯반이 돼 버렸다.
갈비탕은 함량 차이가 벌어졌다. CJ제일제당 비비고 갈비탕이 12.5%로 갈비살 함량이 가장 낮았고 오뚜기 수원식 우거지갈비탕이 14%로 뒤를 이었다.
이어 대상 집으로ON 우거지갈비탕 15.55%, 이마트 피코크 진한 소갈비탕 15.6%, 동원F&B 양반 수라 고려인삼 갈비탕 22.8%, 동원F&B 양반 수라 왕갈비탕 23.9% 순이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갈비탕은 이마트몰 최저가 기준으로 동원F&B 제품 다음으로 가격이 높았다. 가격이 비싸다고 갈비살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게 아닌 셈이다.
전복죽과 갈비탕뿐 아니라 수많은 가공식품들이 소량을 함유한 식품 성분을 제품명으로 사용하고 실제 내용물과 다른 이미지를 포장지에 내걸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문제삼을 수 없다.
식약처에서 고시하는 식품등의 표시 기준의 표시사항별 세부표시기준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식품 성분 중 하나를 제품명이나 제품명의 일부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제품명으로 사용한 성분의 성분명과 함량을 포장지 주표시면(앞면)에 14포인트 이상의 글씨로 표시하면 된다.
또한 현행 식품표시광고법과 식약처가 고시하는 식품등의 표시기준에 따라 제품 앞면에 '연출된 이미지'. '이미지 예', '상기 이미지는 실제 제품과 다를 수 있습니다' 등의 문구만 표시하면 내용물이 겉면 이미지와 달라도 문제삼을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측은 성분명과 함량을 표시하고 조리예, 이미지 사진, 연출된 예 등의 문구를 일정 포인트 이상의 글씨로 삽입하면 규정에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도 식품은 그 특성상 광고 이미지와 다르다고 해서 허위‧과장 광고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비자들은 당초 기대했던 품질에 못미치는 실물을 확인한 후 분노와 허탈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식품표시 규정이 현실과 간극을 좁혀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기만하는 소지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관련 고민을 지속하고 있고 제품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꾸준하지만 개선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품에 표기된 원재료 비율은 엄격한 검사를 통해 함유된 양을 정확하게 표기하고 있다. 제품을 발매할 때 시장 조사를 통해 최대한 많은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제조업체 특성상 소비자 개개인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점점 다양해지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