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재, 연예대상 단독MC가 빛났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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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열린 ‘2007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은 2인MC가 아니라 단독MC라는 점, 그 단독MC가 이혁재라는 점이 특이했다. 시상식이 끝나자 시청자들은 이혁재가 진행을 잘 했다는데 대부분 동의했다.
이혁재는 위트와 센스를 지닌 개그맨이라는 사실이 방송관계자들 사이에는 이미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큰 무대의 진행은 할 수 없었다. 이유는 맡겨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170분짜리 생방송 무대, 그것도 많은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연말 큰 행사의 진행을 경험이 없는 MC에게 맡긴다는 건 모험이기도 했다.
이혁재는 능력이 있는 개그맨이었지만 저평가돼 있었다. 하지만 타고난 재주만으로 진행을 잘 한 건 아니다. 엄청난 노력이 가미됐다. 이번 시상식 연출자인 노창곡PD에 따르면 이혁재는 A4용지 40쪽에 이르는 대본을 모두 외웠다고 한다.
그래서 손에 쥐고 있는 대본 카드를 계속 보면서 진행하는 많은 MC들과 달리 한결 여유를 가지고 진행할 수 있었다. 무대에서 내려가 이순재 강호동 등을 인터뷰한 것은 기본 뼈대만 적힌 대본에서 자신이 적절한 내용들을 붙여 재미있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오프닝 무대에서 선보인 현란한 라틴댄스는 인천에서 댄스팀과 한달이상 새벽까지 연습한 결과의 산물이었다. 이혁재는 연습과정에서 무릎 연골을 다쳐 병원에서 진통제를 맞아가며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노창곡PD는 “요즘 MC들 대부분이 녹화 당일 와서 호흡을 맞추는 정도로 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프로그램의 호스트라고 생각하기가 쉽지않다”면서 “하지만 이혁재는 한달 이상 연습하고 출연자들에게 미리 연락해 호흡을 맞추는 열의를 보였다”고 밝혔다.
얼마전 신동엽을 인터뷰하며 주목할 만한 후배 MC를 거론해달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젊은 신인을 말할 줄 알았는데 중고참급인 이혁재라고 말하며 “용만이 형, 재석이, 나, 혁재가 함께 있으면 우리 셋은 한마디도 못한다. 혁재가 좌중을 압도하는 능력은 TV에서 아직 완전히 발휘되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예능프로그램의 2인 MC체제는 일본문화다. 아시아권 방송국들이 이를 정석으로 생각하고 보편화시켰고 우리도 이를 따라하고 있다. 최근 MBC가 대한민국 영화대상(진행자-송윤아) 등을 통해 원톱 MC체제를 실험하고 있다. 이혁재는 이런 실험대에서 그런대로 소화를 잘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예계에는 이혁재처럼 해 보지 않아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숨은 재주꾼들이 많이 있다. 새로운 MC스타가 탄생하는 연말 시상식도 괜찮을 것 같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