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해외법인 실적 격차 더 벌어져...신한·우리 '역대 최대'
2022-11-17 김건우 기자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촘촘한 네트워크를 일찌감치 만들어 놓은 신한은행(행장 진옥동)과 우리은행(행장 이원덕)은 코로나 방역체계 완화로 현지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예약하고 있다.
KB국민은행(행장 이재근)은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 적자폭이 확대됐지만 지난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가 호실적을 달성하면서 실적이 호전됐다.
반면 하나은행(행장 박성호)은 주력 해외법인의 실적 개선속도가 늦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 신한은행 베트남에서만 수익 절반...우리은행 동남아 3국 상승세 뚜렷
올해 3분기 말 금융업 영위 법인 기준 4대 은행 중에서 해외법인 실적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의 3분기까지 해외법인 누적 순이익은 전년 대비 60.9% 증가한 3091억 원에 달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2568억 원)을 넘어섰다.
주력 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신한베트남은행의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은 전년 대비 62.7% 증가한 1447억 원에 달했다. 단일 해외법인 기준 KB국민은행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이하 프라삭) 다음으로 순이익이 가장 많았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올 들어서도 지점 3곳을 신설하면서 총 46곳으로 늘린 것을 비롯해 연초부터 리테일 자산 성장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통해 수익성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부터는 베트남 이커머스기업 '티키' 플랫폼 내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였고 자체적으로도 비대면 신용대출 '디지털 컨슈머론'을 출시하면서 비대면 대출을 확대 중이다.
일본법인 SBJ 역시 3분기까지 순이익이 전년 대비 34% 증가한 849억 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법인도 전년 대비 순이익이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실적 반등에 보탬이 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제한 완화 조치로 인한 경기회복이 가장 크고 코로나 기간 동안엔 충당금을 평소보다 더 많이 쌓았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개선됐다"면서 "미국발 금리인상 영향으로 은행들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도 실적 반등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동남아 3국(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에서만 400억 원대 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법인 우리소다라은행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55.9% 증가한 47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캄보디아우리은행과 베트남우리은행도 각각 누적 순이익이 441억 원과 414억 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베트남우리은행은 전년 대비 순이익이 2배 이상 급증했다.
베트남의 경우 우량여신이 늘었고 외환·파생거래 영업 확대로 영업수익 자체가 늘은데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비용효율화와 자산건전성 관리가 강화되면서 순이익 증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베트남우리은행 총자산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8억6300만달러로 전년 말 대비 12.3% 증가하는 등 매년 2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7개 영업점을 개설했고 연말까지 3곳 더 개설하는 등 영업망도 확장하는 중이다.
◆ KB국민은행 지분율 감안 순이익으로는 증가... 하나은행 중국법인 실적 하락
반면 KB국민은행은 캄보디아 프라삭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체질개선 작업이 진행되면서 수익성 확대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분율을 반영하지 않은 3분기 말 기준 KB국민은행의 6개 해외법인 누적 순이익은 전년 대비 28.3% 감소한 274억 원에 그쳤다.
다만 종속회사 지분율을 감안한 기준에서 3분기 말 기준 해외법인 누적 순이익은 366억 원에서 786억 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캄보디아 프라삭이 지난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국민은행에 반영되는 순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보유 지분율은 67%로 이에 따라 실제 국민은행 연걸재무제표에 계상되는 부코핀은행 순손실은 22년 3분기 기준 1008억 원"이라면서 "이를 반영할 경우 3분기 말 해외법인의 전체 순이익 합계는 786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5% 성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지난 달 부코핀은행에 대해 약 793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를 결의하는 등 최대주주로서 지속적인 실탄지원에 나서고 있다. 부코핀은행의 경우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해 부실자산을 지속 매각하면서 일시적인 적자 확대라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측은 "확충된 자본을 바탕으로 대내적으로 Good Bank 전환의 기틀을 마련하고 대외적으로 신인도 제고를 통해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미래성장 마스터 플랜을 2030년까지 3단계로 나누어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도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21.7% 감소한 807억 원에 머물렀다. 주력 법인 중 하나인 중국법인(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이 현지 방역정책으로 영업이 일부 중단되는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중국정부의 지속적인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상해, 장춘 등 일부지역이 봉쇄되고 일부 영업점도 정부 지침에 따라 영업이 중단됐다"면서 "중국 경기 위축에 따라 일부 대출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로 충당금 적립도 늘어나 당기순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반기까지 충당금 이슈로 다소 부진했던 인도네시아 법인(PT Bank KEB Hana)이 하반기 들어 실적 개선이 성공한 점은 긍정적이다. 인도네시아 법인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4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순이자마진(NIM)이 상승하면서 이자이익이 늘었고 신규 부실이 감소하면서 충당금 적립액이 줄거나 환입되면서 이익이 전반적으로 늘었다.
이와 별개로 하나은행은 해외 지분투자를 통한 수익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분 15%를 보유한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3분기 말 기준 지분법 손익은 1362억 원이 인식돼 전년 동기(317억 원)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