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방문판매, 엇갈리는 금융권...은행들 '신중 모드' vs. 증권사 '공격 영업'
2022-12-12 김건우 기자
금융투자상품을 리테일 채널에서 판매한 증권사들은 적극적으로 준비태세에 들어간 반면 은행들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신중한 자세를 보여 온도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방판법은 금융상품 가입 후 14일 간 청약철회권이 보장됐다. 그러나 투자상품의 경우 청약철회 기간 내 수익률 하락으로 고객이 청약철회를 요구할 경우 금융회사가 손실을 부담해야해 사실상 방판을 하지 못했다. 이번에 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금융상품이 청약철회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족쇄가 풀렸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요청이 있으면 주요 증권 및 파생상품, 요청이 없더라도(불초청) 소비자가 동의한 경우 개인투자자 기준으로 비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방문 판매가 가능해졌다.
◆ 조심스러운 은행들 "시스템 정비 우선, 일부 투자자 한정해서"
우선 은행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상당수 은행들은 완전 판매를 위한 절차 개선 뒤 신중하게 접근할 예정이고 일부 은행은 방판 가능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기존 아웃도어세일즈 프로그램인 'KB태블릿브랜치'의 업무 범위가 종전 여수신 업무에서 펀드와 ISA 일임형 상품으로 확대 적용했다. KB태블릿브랜치는 태블릿Pc 기반 1:1 아웃바운드 상담과 방문현장 원스톱 업무처리가 가능한 휴대용 금융시스템이다.
다만 만 80세 이상 초고령자와 미성년자는 판매 대상에서 제외했다. 은행 측은 "금융소비자보호 차원에서 80세 이상 초고령자는 은행 자체적으로 방판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기존 아웃도어세일즈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비고난도 금융상품을 대상으로 방판을 시작했다. 다만 판매 대상을 초고액자산가 전용 영업점인 투체어스익스클루시브(TCE)와 투체어스프리미엄(TCP) 등 고액자산가가 많은 일부 영업점으로 한정했다. 완전판매 시스템이 안정화 된 이후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방판법 개정안 시행 후 예·적금과 대출성 상품의 방문판매는 시작했지만 투자성 상품은 강화된 방문절차 적용을 위한 완전판매 프로세스 및 전산개발이 완료된 이후 시작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내년 1월부터 본격 판매에 나선다.
금융권에서는 여·수신 위주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은행들이 방판 규제가 풀리더라도 적극적으로 세일즈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사모펀드 사태 당시 불완전판매로 인해 다수 은행들이 곤욕을 치른 점에서 불판 가능성이 있는 금융투자상품 방판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저금리 시기였다면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은행들도 적극적이겠지만 고금리로 전환되면서 은행들은 대출관리나 채권추심에 오히려 주력해야하는 상황이라 방판까지 여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은행 민원 상당수가 투자상품에서 나온 전례를 볼 때 은행들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바빠진 증권사들 "자산관리 신경 쓴 증권사들이 유리할 것"
증권사들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온도차는 다르다.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투자상품을 다양하게 취급하고 있고 자산관리 역량이 높다는 점에서 시스템 정비 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KB증권은 방판법 개정안 시행에 앞서 지점 밖에서 원스톱 자산관리서비스가 가능한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PB들은 고객들이 방판대상 상품 가입 요청시 방문하거나 화상 또는 전화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시스템을 이미 구축해 적용하고 있다.
신분증 증빙이나 비밀번호 인증 등 주요 업무를 고객 휴대전화로 가능한 시스템과 상품판매 녹취 및 고령투자자 보호 등 소비자보호 장치도 이미 구축되어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등 일부 대형 증권사들도 지난 8일부터 방판을 시작했고 다른 증권사들도 방판 시행을 위한 시스템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욱이 주요 판매 채널이었던 지점들이 최근 상당수 축소된 증권업계는 방판을 새로운 상품판매 채널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스템 초기 불판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변액보험과 같은 금융투자상품과 유사한 상품은 보헙업계에서 FC들을 통해 이미 방판이 가능했었던 것을 비롯해 그동안 형평성 문제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리테일 채널 인력이 많거나 태생적으로 WM분야에 강점을 보인 증권사들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권업계 역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방판 역시 힘을 크게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해당 법안이 처음 발의됐던 4~5년 전과 달리 코로나19 시기와 동학개미운동을 거치면서 MTS를 통한 금융투자상품 거래가 폭증하면서 방판이 생각보다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방판법 개정안이 처음 나왔을 때와 달리 지금은 모바일 앱을 통한 거래가 활성화되는 등 방판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플랫폼들이 많아졌다"면서 "방판법 개정으로 녹취록이나 구비서류 등 다른 안전장치들이 많아진 것을 감안하면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미지근한 반응도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