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점심시간 동시사용제 14개점 시범실시 파장은?...소비자 불편과 직장인 권리 충돌

2023-01-06     이예린 기자
KB국민은행이 '중식시간 동시사용제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1시간 은행 영업시간이 짧아진 상황에서 이젠 점심시간마저 은행 이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영업시간 정상 복원을 주문하고 있지만 은행업권은 사측과 노조 입장 차로 인해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코로나 이후 시중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9시30분에서 오후 3시30분까지 운영하고 있다.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보다 앞뒤로 30분씩 총 1시간이 단축된 상황이다. 여기에 점심시간마저 은행 이용이 어려워지면 직장인 고객들의 은행 방문이 크게 불편해 진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달 30일부터 14개 영업점을 대상으로 '중식시간 동시사용 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시중은행 최초로 운영되는 것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은 아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행원들은 점심시간 동안 소비자 이용을 고려해 2~3교대로 식사를 했다. 중식시간 동시사용제도가 도입되면 일괄적으로 점심 및 휴게시간 1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직원 2~3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점포에서 6개월 운영해본 뒤 향후 확대적용하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불편 최소화를 위해 우선 일반고객 방문이 적은 관공서와 군부대 입점지점 등에서 시행하며 6개월 한시적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에서도 2021년 중식시간 동시사용제도가 시행되기도 했다. 당초 모든 은행에 적용하기로 했었지만 무리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모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전체 영업점에 해당 제도를 적용하자는 안건이 제기됐지만 한꺼번에 시행되면 운영이 어렵고 은행별 편차가 있었다"며 "시중은행에서는 2021년 국민은행 임금단체협약에 해당 안건이 올라와 선두로 상정이 돼서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이용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1시간 영업이 단축된 상황에서 점심시간마저 이용이 어려워지면 직장인들이 방문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9시30분에서 오후 3시30분까지 운영하고 있다.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보다 앞뒤로 30분씩 총 1시간이 단축된 상황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영업시간 정상화를 주문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오후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탄력점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은행 영업시간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은행권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와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은행 사측과 노동자 간에 입장이 갈리고 있다. 노조 측은 영업시간 회복은 곧 이뤄지겠지만 은행원도 점심시간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은행 측은 영업시간 정상화 이전에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섣부른 결정이고 은행 강점인 오프라인채널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 방역법인 '실내마스크 의무착용'이 해제되면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해) 노사 협의할 예정"이라며 "5일 각 은행 지부대표자 회의가 있었고 조만간 노사 TF(태스크포스)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은행원이기 전에 직장인으로서 점심시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복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영업시간 정상화 이전에 시행하는 것은 무리한 판단이라고 본다"라며 "일부 은행은 되려 영업시간을 늘리기 위해 9 to 6(9시부터 오후6시까지 운영)를 시행하고 있는데 빅테크 공격이 매서운 상황에서 은행의 강점인 오프라인 채널 경쟁력을 축소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