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 친환경·로봇 등 첨단 기술기업 변신 도전...일손 부족·글로벌 리스크는 과제

2023-01-16     이철호 기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그룹명을 변경한 HD현대(舊 현대중공업그룹)가 기존의 조선·엔진·기계 개발 역량에 인공지능(AI), 친환경 기술을 더해 '첨단 기술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무인 선박, 친환경 선박 등 첨단 선박 개발은 물론 로봇, 친환경 에너지 등에도 역량을 쏟을 예정이다. 다만 지속되는 인력난과 글로벌 리스크 등의 악재를 헤쳐 나가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올해는 친환경 관련 기술에 힘쓰고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는 한편 HD현대만이 지닌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기선 사장, CES 본격 행보…미래지향 기술기업으로 변화

올해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사장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해이기도 하다.

정기선 사장은 올해 CES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핵심 비전인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CES 2022에서 밝힌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 HD현대의 조선·해양, 에너지, 산업기계 기술력을 통해 바다를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의 장'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안이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올해 CES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핵심 비전으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발표했다.

졍 사장은 '포춘 브레인스톰 테크 디너'에서 글로벌 테크기업 전문가와 만나는 한편 CES 2023에서 삼성전자, LG전자, SK, 현대모비스 부스 등을 잇달아 방문했다. 중공업을 넘어 '첨단 테크 기업'으로 HD현대그룹을 재정의하려는 의지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HD현대의 변화를 위한 움직임은 광고에도 드러난다. HD현대는 인터넷과 TV 광고 등을 통해 'HD현대가 생각하는 미래'를 담은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알파카와 기린 등이 등장하는 HD현대의 광고는 그동안 중공업 회사에서 선보여왔던 광고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HD현대 관계자는 "MZ세대에게 HD현대의 브랜드 이미지를 더 친숙하게 하고 미래지향적 기업의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했다"며 "그룹 창립 50주년과 그룹명 변경, 젊은 세대와의 소통 등 다양한 니즈가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광고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앞날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2년간의 수주 호황으로 일거리는 많지만 이를 처리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올해 인력 부족 규모가 연평균 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글로벌 리스크 역시 올해 HD현대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신년사에서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강대국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며 "각 사가 제시한 원가절감을 통한 개선계획을 분기 단위로 점검해 줄 것"을 당부했다.

◆ 한국조선해양, 무인선박·친환경 선박 선도

한국조선해양(대표 가삼현, 정기선) 산하의 현대중공업(대표 한영석, 이상균)은 올해 수주 목표를 118억5700만 달러로 잡았다. 조선 부문만 한정하면 70억 달러다. 현대미포조선(대표 김형관)은 37억 달러, 현대삼호중공업(대표 신현대)은 26억 달러다. 작년 수주 실적에 비해 상당히 보수적이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하여 3~4년 치 수주잔고가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 일거리 걱정은 없다는 평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조선해양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이 적용된 최첨단 선박 개발에서 한 발 더 앞서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를 위해 CES 2023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한국조선해양은 미국선급협회(ABS)와 손잡고 자율운항 선박을 위한 기관자동화, 통합안전관제시스템 개발과 실증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사람의 도움 없이 장시간 운항이 가능한 '무인 선박' 개발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무인 선박, 친환경 선박 엔진 등을 개발해 친환경 트렌드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한국조선해양은 유럽 최대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 연료전지 부품 제조사인 엘코젠과 함께 선박·발전용 연료전지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통해 탄소 배출이 적어 친환경적인 '그린선박' 개발에 한 걸음 더 앞서게 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실증 시험에 성공한 LNG·수소 혼소엔진의 혼소율을 높여 친환경 수소엔진 상용화를 앞당길 방침이다. 엔진 경쟁력 강화를 위해 STX중공업 인수에도 나선다.

◆ 인프라 확충 통한 건설기계 호황 기대…로봇 사업에도 힘쓴다

현대제뉴인(대표 조영철, 이동욱)은 지난해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중국 매출 비중을 줄이고 신흥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 결과 현대건설기계(대표 최철곤)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대표 조영철)는 중국 매출 비중을 2021년 21%/29.5%에서 지난해(1~3분기) 6%/16%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 개척으로 매출 다변화를 계속 추진하는 한편, 중국의 건설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경기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오는 2025년까지 건설기계 3사 통합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통합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제뉴인으로 대표되는 건설장비 분야에서는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대표 강철호)는 산업용 로봇에서 신제품 개발에 힘쓰는 한편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된 서비스로봇 시장에서도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로보월드, ROBEX 등 국내 주요 로봇 전시회에서 방역 로봇, 서빙 로봇을 대거 선보인 바 있다.

◆ 현대오일뱅크, 친환경 미래소재에 집중현대일렉트릭, 신재생 에너지 시장 공략 나선다

현대오일뱅크(대표 주영민)는 지난해 7월 또 다시 IPO 실패라는 아픔을 겪었다. 올해는 무리한 IPO보다는 친환경 트렌드에 발을 맞추며 내실을 다지려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가동에 들어간 HPC 공장을 통해 태양광 패널에 사용되는 EVA를 비롯한 친환경 미래소재 사업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계획이다.

수소 밸류체인 구축도 본격화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0월부터 서울 광진구 중곡에 이동형 수소충전소를 운영해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서울에 이동형 수소충전소를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일렉트릭(대표 조석)은 '탄소중립' 기조 속에서 신재생 에너지 시장 공략에 힘을 기울인다. 지난해 12월, 현대일렉트릭은 GE리뉴어블에너지와 함께 해상풍력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태양광솔루션 기업인 현대에너지솔루션(대표 박종환)은 지난해 대규모 흑자를 실현한 기세를 올해에도 이어가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각국의 에너지 정책이 친환경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바뀐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데에 힘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