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배당 기대감 고조...신한금융이 쏘아올린 주주환원책, KB·하나금융도 적극 호응

2023-01-12     김건우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에 대한 배당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는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꺼내며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각 금융지주사들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불황으로 지난해 하반기 주식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주가부양에 대한 기대감과 호실적이 뒷받침되면서 각 회사들도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 신한금융이 쏘아올린 주주환원책..연초부터 주가 고공행진

포문을 연 곳은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였다. 신한금융은 지난 2일 열린 신한경영포럼에서 보통주자본비율 12% 초과분에 대해 주주환원을 목표로 삼겠다고 결정했다. 

지난 해 3분기 말 기준 신한금융지주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66%를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금융당국 권고치(10.5%)를 상회하는 안정적인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진행하는 등 금융권에서 가장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펼치는  회사 중 하나다.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는 올 들어 아직 배당정책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 차례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약속한 바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서영호 KB금융지주 CFO는 지난해 3분기 IR에서 "4분기 배당을 포함해 연간 배당은 작년 배당성향보다 더 높게 잡을 것"이라며 "현금배당 총액이 전년보다 줄지 않도록 집중하고 있고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배당성향이 어떤 회사보다 뒤쳐질 이유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최근 수 년간 비은행 M&A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지만 현재 보험-증권-카드-캐피탈로 이어지는 비은행 라인업을 완성하면서 향후 대규모 M&A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만큼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에 여력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나금융지주(회장 함영주) 역시 지난해 기존 보유 자사주 소각과 별도로 신규 자사주 소각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회장 손태승)의 경우 타사 대비 보통주자본비율이 10%대로 낮고 비은행 자회사 M&A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주주환원 강화보다는 비은행 확대쪽으로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들에 대한 주주환원 강화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11일 종가 기준 KB금융은 지난해 12월 28일 종가 대비 주가가 16.3% 상승했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역시 같은 기간 각각 주가가 13.6%와 13.7% 상승했다. 우리금융의 주가 상승률은 6.9%를 기록하며 경쟁사 대비 절반에 그쳤다. 

◆ 자본여력·이익규모 충분.. 관건은 금융당국?

최근 수 년간 금융지주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면서 배당 확대를 위한 잉여자본은 충분히 축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이익 잉여금은 약 107조500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9조1000억 원 증가했다. 4대 금융지주 이익 잉여금이 100조 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건전성 지표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12% 이상 유지하며 은행권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방금융지주 역시 11%대 보통주자본비율을 기록했고 우리금융지주가 10.91%로 가장 낮았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요 자본 지표상으로는 배당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으로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당국 요청으로 배당을 자제해왔던 점에서 배당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라며 "다만 올해 경제환경이 전반적으로 어려워 자금 운용을 보수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고 밝혔다. 

관건은 금융당국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배당과 관련해 개별 회사의 자율이지만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져야한다는 원칙론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22일 기자들과 만나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은 결국 이사회 통제를 받는 경영진의 몫"이라며 "지금처럼 변동성이 크고 어려운 시기엔 다양한 방식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금융회사가 단기간에 큰 어려움이 있을 때 그를 감내할 여력에서 배당이 이뤄져야한다는 원칙론적인 생각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배당성향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며 배당 자제를 요청했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와 달리 당국이 원칙적으로는 배당정책을 각 사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점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최정욱 하나증권 팀장은 “그동안 당국의 스탠스와 최근 언라인파트너스의 주주환원 캠페인 등을 감안시 올해 배당성향이 예년 대비 상당폭 상승할 여지는 있다”면서 “2022년 배당성향이 상향될 경우 2023년 이후 배당성향이 다시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