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임종룡 등판'...내·외부로 갈린 우리금융 회장 후보전

2023-01-25     김건우 기자
손태승 회장의 용퇴로 무주공산이 된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전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등판을 선언하면서 내·외부 인사 대립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화려한 민관 경험을 앞세운 전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금융 내부는 노조를 중심으로 '완전 민영화'가 된 우리금융의 차기 수장 역시 내부 인사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최근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 압박으로 물러난 상황에서 관료출신인 임 전 위원장의 등판이 관치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 임종룡 매력적 카드지만... 내부반발과 관치 프레임 부담

2기 우리금융지주 초대 회장으로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를 성사시킨 손 회장의 낙마로 인해 우리금융은 차기 리더십 발굴이 시급해졌다. 민영화 2년차를 맞아 외형 성장이 시급한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손 회장 만큼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8명까지 압축된 숏리스트 후보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다. 임 전 위원장은 커리어 대부분을 공직자로 보낸 금융관료이지만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내는 등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경험도 있는 독특한 이력을 소유하고 있다.
 
▲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농협금융지주 회장 재직 당시 우리투자증권(現 NH투자증권) 인수전을 주도하면서 농협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기여한 것은 주요 성과로 꼽힌다. 우리금융 역시 보험·증권사 부재로 비은행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미 비은행 확대 성과를 거둔 임 전 위원장 카드는 매력적이다.  

또한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사모펀드 사태와 거액 횡령사고, 지점장 갑질논란 등 연이어 심각한 내부통제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립이 강한 외부 인사를 선임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주장도 임 전 위원장 등판에 힘을 싣고 있다.   

무엇보다 임 전 위원장 스스로도 강력한 등판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는 최근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적임자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의지를 드러냈다. 
 
▲ 임 전 위원장 등판에 대해 우리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내부 반발이 상당히 거센 상황이다.
그러나 임 전 위원장의 경영능력과는 별개로 정통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민영화 2년차에 접어든 우리금융지주 수장으로 적합한 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우리금융은 지난 2019년 재출범 이후 손 회장 주도로 민영화 작업에 나섰고 지난해 예보 지분율이 5% 이하로 내려가면서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역시 자산운용·캐피탈 분야를 중심으로 확대에 나섰고 대규모 자금과 매물이 필요한 증권사 인수도 최우선 과제로 진행 중인 상황이다. 

무엇보다 노조 등 내부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다. 노조는 임 전 위원장이 금융위원장 재직 시절 우리은행 민영화의 핵심이었던 자율경영을 강조했었던 점과 우리은행의 아픈 상처인 '사모펀드' 사태를 촉발시킨 '사모펀드 규제완화'를 허용한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금융권 내에서도 정부 지분이 있는 일부 금융회사를 제외하고는 관료 출신 CEO를 찾기 힘들다는 점도 관치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4대 금융지주를 기준으로 과거 KB금융지주를 제외하면 대부분 내부 출신 인사를 CEO로 임명해왔다. 현재 4대 금융지주 모두 내부출신 CEO가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손태승 회장의 용퇴가 사실상 금융당국 수장들의 연이은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설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 인사의 등판 자체가 관치 논란의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임 전 위원장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박봉수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현 과점주주들은 금융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정부 당국과 관치 인사들이 (과점주주에) 압박을 가했음을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임 전 위원장의 행태는 모순의 극치이며 취임한다면 영업 중단도 각오하고 있다"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