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카드·저축은행 중금리대출 반토막...국민카드·우리카드·웰컴저축 80% 줄어

2023-01-26     원혜진 기자
카드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중금리대출 취급이 몇달새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됨에 따라 조달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보증 없이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중금리대출에 대한 역마진 우려와 리스크관리 문제가 불거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업계 카드사 7곳 가운데 6개사의 지난해 4분기 중금리대출 금액이 전분기에 비해 감소했고, 5대 저축은행의 경우 4곳의 중금리대출금액이 줄었다.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는 지난해 4분기 중금리대출 금액이 80% 가량 줄었고, 저축은행 중에는 웰컴저축은행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다만 중금리대출액이 1000억 원을 크게 밑도는 하나카드와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금액이 배 이상 증가했다.

중금리대출은 신용 하위 50% 차주를 대상으로 실행되는 비보증부 신용대출로 업권별 금리상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업 7개 카드사의 지난해 4분기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7조7627억 원으로 직전 분기 2조2981억 원 대비 72% 감소했고, 취급 건수도 23만9509건으로 같은 기간 68% 줄었다. 

각 사별로 지난해 4분기 하나카드를 제외한 6곳 모두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전분기 대비 60% 이상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신한카드와 현대카드가 5000억 원을 훌쩍 넘겼고, 하나카드 외엔 전부 1000억 원을 상회했지만, 4분기에는 신한카드가 2000억 원을 겨우 넘기고, 현대카드도 1400억 원에 그쳤다. 나머지 5개사는 중금리대출액이 1000억 원을 넘기지 못했다.
 
KB국민카드가 81%로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고, 우리카드가 79%로 그 뒤를 이었다. 우리카드는 4분기 중금리대출액이 240억 원에 그쳐 7개사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삼성카드와 롯데카드, 현대카드도 중금리대출액이 70% 넘게 줄었다.

하나카드의 경우 지난해 9월 말까지 카드사 가운데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가장 적었으나 유일하게 취급액을 늘리며 우리카드와 순위를 바꿨다. 취급액은 365억 원이었고 취급건수는 4242건이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특별히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11~12월에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증가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의 경우 특히 현실적으로 조달금리 인상 여파가 커서 중금리대출 기준을 충족할 수가 없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라며 "저신용자 보호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막는 상황은 아니지만 역마진 폭이 너무 커서 리스크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의 민간중금리대출 취급도 크게 줄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민간중금리대출 취급액은 1조5083억 원으로 전분기 3조1516억 원 대비 절반 이상 급감했다. 

자산규모 상위 5대 저축은행을 살펴보면 민간중금리대출 취급액은 같은 기간 1조4722억 원에서 7937억 원으로 46% 감소했다. 이 기간 한국투자저축은행을 제외한 4곳 모두 취급 규모가 줄었다. 

취급액은 SBI저축은행이 3761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한국투자저축은행(1532억 원), OK저축은행(1424억 원) 순으로 많았다. 감소율은 웰컴저축은행이 85%로 가장 높았고, 페퍼저축은행도 70% 가까이 감소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중금리대출 취급 규모가 지난해 3분기까지 5곳 가운데 가장 적었으나 유일하게 이를 300% 넘게 확대해 순위가 올랐다.

앞서 카드, 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의 규제 인센티브 효과와 저신용자 포용 등의 요인으로 중금리대출을 꾸준히 늘린 바 있다.  

현재 카드사는 본업자산 대비 대출자산 비중을 30%이하로 유지해야 하지만 중금리대출은 80%로 축소 반영된다. 또한 저축은행 영업구역 내 개인·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액은 총 신용공여액의 40∼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지만 영업구역 내 중금리 대출은 150%로 인정된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면서 조달 부담이 커진데다 부실차주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사들은 수익성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전체적인 대출 문턱을 높였고 이로인해 중금리대출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금융당국은 올해 6월까지 중금리대출 금리상한을 상향 조정하는 등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나선 상태다. 중금리대출 금리상한 상향에 따라 카드는 11.29%에서 11.88%로 0.59%포인트, 저축은행은 16.3%에서 17.5%로 1.2%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금리상한이 상향 조정됐으나 체감상 기준금리 인상폭이 적절하게 반영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여전히 역마진 우려가 큰 상황이라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원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