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이용계좌 급증한 인터넷전문은행들, 무슨 속사정이?
2023-01-31 김건우 기자
특히 메신저 피싱과 중고거래사기 등 신종 금융사기가 대부분 20~30대 젊은층을 대상으로 발생하면서 해당 연령대에서 사용 비중이 높은 인뱅 계좌들이 금융사기 범죄의 타겟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 기준 지난해 하반기 사기이용계좌가 가장 많은 곳은 카카오뱅크로 1173건에 달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도 각각 776건과 405건으로 상반기 대비 급증한 모습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주요 시중은행들은 사기이용계좌가 전년 대비 비슷하거나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정반대 기조를 보였다. 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 계좌가 100% 비대면으로 개설되고 한도제한계좌 해제 등 계좌이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대포통장 발생을 막기 위해 신규계좌 개설시 일일 입출금 액수를 제한하는 '한도제한계좌'로 개설해주고 이후 추가 조건을 충족하면 일반계좌로 전환시켜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은 극히 제한적으로 비대면 전환이 가능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들은 100% 비대면 전환이다보니 그 과정에서 사기이용계좌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서는 케이뱅크에서 사기이용계좌가 상당수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286건에 불과했던 케이뱅크 사기이용계좌는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약 2.7배 많은 776건까지 늘었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달에 걸쳐서만 무려 527건이 발생하면서 단기간에 급증하는 추이를 보였다.
다만 케이뱅크에서 유독 사기이용계좌가 급증한 것에 대해 일부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도 추정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현재 가상자산거래소 1위 업비트와 실명계좌 독점 제휴를 맺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행 금융사기 피해구제 절차를 살펴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종적으로 케이뱅크로 들어가는 거래에서 사기 거래가 상당수 접수됐다"면서 "일부는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세탁을 목적으로 케이뱅크로 자금이 들어가는 것으로도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이다보니 일반계좌 전환도 상대적으로 쉽고 1위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를 맺다보니 그쪽으로 (사기성 거래) 쏠림이 확실히 많아졌다고 내부에서는 판단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케이뱅크에서 사기이용계좌가 많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분석을 하지 않아 구체적인 원인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케이뱅크는 ▲악성앱 탐지시스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의심계좌모니터링 시스템(AMS) 등 사기이용계좌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지 대책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화하는 금융사기 기법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탐지 시나리오를 고도화하고 피해유형별 맞춤형 문진제도를 적용하는 등 사전 및 사후 대책을 운영하고 있다.
케이뱅크 측은 "날로 진화하는 다양한 전기통신금융사기 기법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탐지 시나리오를 고도화하고 악성앱 방지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면서 "전세 사기 등 최근 사회에서 이슈되고 있는 금융사기 피해예방을 위해서도 조사 및 모니터링 강화, 시스템 고도화 등을 지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