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ㆍ건강보험 개선 않으면 `깡통'된다"

2008-01-06     백진주기자
 고령사회에 대비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현행 사회보장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파국을 맞거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금보험팀장은 6일 `보건복지포럼 제133호'에 실은 `한국의 사회보장비 지출전망 및 시사점-사회보험 중심으로'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미 국내에 도입된 사회보험, 나아가 사회보장제도를 개편하지 않을 경우,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팀장은 중장기 관점에서 사회보장 지출 추이를 파악하도록 설계된 국제노동기구(ILO)의 사회보장예산 추계모형(Social Budget Model)을 한국현실에 맞게 변형해 2005년 불변가격을 기준으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건강보험(진료비 중심), 고용보험, 산재보험, 퇴직연금 등 사회보험의 지출 추이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급격한 고령화와 평균수명 증가, 저출산으로 노인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사회보장제도의 성숙으로 인해 상당한 수준의 재정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투표권을 중심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강한 노인집단 등 특정집단이나 특정 연령층에 사회보장 지출이 집중됨으로써 사회보장제도의 본질이 왜곡되고 제도 자체가 효과적으로 작동되기 어려운 국면에 처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그대로 내고 덜 받는' 쪽으로 국민연금개혁안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기금은 2055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계됐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정부와 공무원이 부담하는 17%의 보험료 이외에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 혈세로 충당해야 할 공무원연금 적자보전액은 2007년 1조 원 미만에서 2020년 11조 원, 2030년 37조 원, 2070년 69조 원 등으로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사학연금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사학연금은 공무원연금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도입돼 보험료 납입자에 비해 수급자의 비율이 낮아서 흑자를 내고 있는 것일 뿐 본격적인 수급자가 나오는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재정 불안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추계결과, 사학연금은 2026년에 적립기금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재정적자가 예상되고 있으며, 특히 공무원연금과는 달리 재정적자가 발생하더라도 국가의 적자보전 규정이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다른 어떤 것보다 제도개혁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 제도 유지를 위해 현재 연간 9천 억 원 이상의 정부보전 즉,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 군인연금 역시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50년 3조9천 억 원, 2070년 7조3천 억 원의 정부보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건의료부문에서 건강보험의 재정전망도 `시계 제로' 상황이다.

   국고보조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극단적인 가정 아래 총진료비를 중심으로 장기 지출 추이를 전망한 결과, 진료비 수지적자는 2030년 40조 원, 2050년 130조 원, 2070년 23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따라서 진료비를 국고로 보조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점을 고려할 때, 건강보험제도 또한 초고령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아울러 공적연금과 의료비 지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긴 하지만, 현행 제도를 고수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재보험은 최대 7조 원, 고용보험은 최대 6조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윤 팀장은 "앞으로 도래할 고령사회에서 공공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정책목표와 사회적 가치에 대한 면밀한 검토과정을 거쳐 공적사회보장제도로 지켜야 할 부분과 폐기해야 할 부분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정책적 판단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적연금은 가입자 본인의 기여와 급여의 연계고리를 강화해 방만한 제도 운영 및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되, 이런 제도 개편으로 확보될 여유 재원은 사회보장이 반드시 필요한 집단에 대폭 이양함으로써 사회보장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