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폐지 희비..재경부 '침통' 타부처 '후련'

2008-01-06     구자경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경제부처의 수장' 역할을 해온 부총리제를 7년만에 다시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과천 관가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부총리제 폐지로 '수석부처'의 위상을 잃게 된 재정경제부 관료들은 대체로 "그러면 누가 경제정책의 총괄조정을 하게 되는 것이냐"며 우려와 불만이 섞인 반응이다.

 반면, 그간 '한 급 아래'로 여겨져온 다른 경제부처들이나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대통령이 정책을 주도하고 총리가 이를 보좌하는 정부체제하에서 경제부총리는  '옥상옥'에 불과했다며  폐지해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재경부의 한 국장급 관료는 "부총리제를 없앤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경제정책을 청와대가 주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서 "그러나 이렇게 되면 대통령과 청와대에 너무 큰 부담이 지워질 뿐 아니라 과거 국민의 정부 초기시절 정책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일부 재경부 관료들은 국민의 정부 초기시절 청와대가 직접 경제정책 통할과 조정에 나섰다 결국 3년만에 경제부총리가 부활된 전례를 거론하며 뚜렷한 조정 메커니즘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부총리제 폐지가 과거를 답습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는 견해도 내놨다.

   부총리제가 없어지고 조직개편이 단행될 경우 재경부와 더불어 어떻게든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될 기획예산처 쪽도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부총리제 폐지와 함께 재경부에서 금융이 떨어져나갈 경우 기획처가 재경부와 '기획재정부'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기존 기획처 조직의 대폭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경제정책과 예산이 결합하는 것은 조정능력을 위해 불가피하다"면서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기존의 재정경제원에서 금융부문만 떨어져 나가는 것이어서 공룡부처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경제부처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그간 정책 입안 과정에서 부총리 부처인 재경부에 밀려 마음 고생을 적잖이 한 탓이다.

   과천 경제부처의 한 국장급 관계자는 "부총리제가 폐지된다면 이는 정책조정의 문제를 발생시킨다기 보다는 권한남용 방지의 문제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간 경제정책 조정회의 등 각종 기구에서 경제부총리가 수장자리를 맡은 탓에 재경부가 반대하면 안건을 올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부처간 힘의 균형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부처 수가 줄어들게 되면 이제는 일반적인 안건은 주무부처가 주도해 정책조정을 하면 되고 큰 흐름에 대한 조정은 그 위에서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쪽에서도 부총리제 폐지가 큰 이슈가 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박사는 "부총리제는 위기상황에서 경제를 최우선으로 챙기기 위해 만든 것인데 총리가 있는 상황에서 이는 옥상옥인 측면이 있다"고 전제하고 "부총리를 없애는 것은 작은 정부를 위해 정부조직을 다운사이징하는 과정의 하나로 보이며 그 역할은 청와대나 총리실이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