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조선업계 후판 가격 협상 힘겨루기…"원자재값 상승 반영" vs "실적 찬물 우려"
2023-02-24 이철호 기자
철강업계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조선업계는 제조원가 상승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우려, 양측의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의 올해 상반기 가격을 놓고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상반기 후판 가격은 톤당 120만 원이었으며, 하반기에는 10만 원 인하돼 110만 원으로 결정됐다. 지난해에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하반기는 12월경에야 최종 협상이 마무리됐다.
올해도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후판 가격 인상을 놓고 양측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월에 이어 3월에도 유통향 후판 가격을 톤당 5만 원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역시 1월 들어 유통향 후판 가격을 톤당 3만 원 인상한 바 있다.
철강업계는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만큼 이를 반영해 적정 가격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23일 기준으로 철광석 가격은 톤당 130달러대에 형성돼 있는데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2분기 철광석 가격이 톤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는 조선업계 사정을 감안해 서로 상부상조하는 차원에서 가격을 인하한 바 있다"며 "이제는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는 만큼 정상적인 기준 아래 적정 가격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판 가격이 선박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후판 가격이 톤당 1만 원만 올라도 초대형유조선은 3억6000만 원·초대형컨테이너선은 5억 원의 원가가 바로 상승한다. 조선업계에서는 2020년 톤당 60만 원대였던 후판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계속 상승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조선용 후판 가격이 2배 가까이 상승해오다 지난해 하반기에야 인하된 것"이라며 "다시 한번 후판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다면 본격적으로 흑자전환을 바라보던 조선업계 전반적으로 큰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올해 상반기 협상은 초기 단계"라면서 "양측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서로 평행선을 긋고 적정한 가격 수준에 대해 줄다리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