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찾아간 이복현 금감원장 "수십 조 증가한 은행 이자수익 소비자와 공유하고 있나"

2023-02-23     김건우 기자
최근 은행 이자장사와 관련해 연일 은행권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현장을 찾아 소비자와의 상생을 강조했다. 

은행들이 그동안 이자수익을 환원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을 선보였지만 사실상 생색내기 수준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현장에서 다시 언급한 셈이다.

이 원장은 23일 오전 하나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리 급상승 국면에서 은행들이 수십조 원에 달하는 이자수익이 발생했고 소비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면서 "다만 소비자들은 실질적으로 극히 일부분만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은행 CEO와 주요 의사결정 책임자들의 의지는 인정하지만 지점이나 말단 조직에서까지 그 의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은행 지점이나 말단 조직의 의사결정에 CEO의 뜻이 전달이 안 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상생금융을 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은행권이 함께 들어주셨으면 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들의 이자수익 환원과 관련된 문제들이 과거처럼 특정 금융회사를 지적하는 차원이 아닌 시스템과 제도적 차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답이 정해진'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수십조 원 규모의 은행 이자수익이 은행이 정당한 노력에 의해 획득했는지 소비자들이 발생시킨 이익을 공유할 기회가 있었는지에 대한 진단이 있고 눈높이를 맞춰가는 과정"이라며 "특정 개인의 행태를 강요해서 유도하기보다는 제도적 방법으로 푸는게 바람직하다는 근본적인 문제 의식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챌린저 뱅크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은행 육성방안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했다. 

이 원장은 "지금의 환경을 경쟁적으로 개선할 최소한 몇 가지라도 챙겨서 보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빅테크의 고유 방식에 종속된 것이 아니냐는 국민들의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개선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에서 발표한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금리 개선안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신용융자 이자율은 기준금리가 오를 때는 빨리 올랐다가 금리가 떨어지는 국면에는 조정이 안돼고 증권사간 눈치보기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금리산정 체계와 방식 그리고 경쟁요소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고민이 덜했던 것이 현실이라 그런 부분까지 두루 살펴볼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