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한전, 눈덩이 적자에 차입금 상환부담까지…전기요금 현실화는 하세월

2023-02-27     이철호 기자
한국전력공사(대표 정승일)가 지난해 32조 6000억원 이상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경영개선을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전력이 발표한 지난해 실적은 매출 71조2719억 원, 엉업손실 32조6034억 원으로 공시됐다. 2021년에도 영업적자 규모가 5조8601억 원에 달했는데 지난해 영업손실이 5배 이상 커졌다.

국제연료가격 급등에 따라 연료비 및 구입전력비가 증가한게 가장 큰 요인이라는 한전 측 설명이다. 연료비는 전년 대비 77.9% 늘어난 34조6690억 원이었으며 전력구입비도 93.9% 증가한 41조9171억 원이었다. 반면 전기 판매단가는 전년 대비 11.5% 오른 120.5원/kWh에 불과했다.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금조달을 위한 차입금 규모는 대폭 확대됐다. 지난해 자금조달을 위해 한전이 발행한 한전채 규모는 총 31조8000억 원으로 지난해(10조700억 원)의 3배 이상에 달한다. 그 결과 지난해 총부채는 192조780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2% 늘었다. 2021년 223%대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458%로 불어났다.

회사채 만기일도 문제다. 2021년까지는 만기가 5년 이상인 장기채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년 이하 만기 한전채 규모가 큰 폭으로 늘면서 상환 스케줄이 빨라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발행된 한전채 중 3년 이하 만기 비율은 25.3%였으나 지난해는 69.4%나 된다.

한전 측은 현재까진 차입금을 갚아나가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한전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높이는 '한전법'이 통과됐다. 또한 1분기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약 7조 원의 매출 증가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한국전력은 재정건전화 계획에 따라 향후 5년간 총 20조 원의 재무개선을 달성할 계획이다. 인력 재배치와 유연한 조직 구현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국전력 안팎에서는 경영 정상화는 물론 과도한 에너지 소비를 막기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기라는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가를 반영해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이 당장 물가와 민생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 때문에 급격한 요금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가스·전기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전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과 매달 들어오는 전기요금 등을 합하면 차입금 상환에 큰 문제가 없다"며 "국민 부담을 고려하면서 원가주의 원칙에 따라 전기요금 조정 및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