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 불구 금융지주 사외이사 '물갈이' 소폭 그칠듯...KB금융만 절반 가까이 교체
2023-03-08 김건우 기자
전체 사외이사의 절반 가량을 교체하는 KB금융지주를 제외하면 다른 금융지주는 변동폭이 적거나 아예 신규 선임되는 사외이사가 없는 곳도 있다.
대부분 상법상 사외이사 임기(6년)를 채워 연임이 불가능한 사외이사에 대해서만 교체를 단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중인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에 따라 사외이사들의 책임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어 명망있는 인사들이 금융권 사외이사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오는 23일과 24일 양 일에 걸쳐 열리는 4대 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 선임 후보로 확정된 인물은 총 8명이다.
사외이사 변동폭이 가장 큰 곳은 KB금융지주였다. KB금융지주는 종전 사외이사 7명 중에서 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 사외이사가 재선임되지 않으면서 무려 3명이 교체될 예정이다.
이는 KB금융이 정관상 사외이사 임기를 5년 이상 초과할 수 없어 이번 주총을 끝으로 임기 5년을 채운 사외이사 3명이 자동으로 연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법 시행령으로 동일 법인 내 사외이사 임기가 6년으로 제한되어있는데 KB금융은 이를 1년 앞당겨 사외이사 교체주기가 빠른 편이다.
특히 KB금융은 '소비자보호'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해왔는데 이번에도 그 흐름을 이어가게 되었다. 신규 선임 후보로 올라온 여정성 후보는 한국소비자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소비자보호 전문가다. 전임자였던 정구환 이사도 법조계 인물이지만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던 소비자 전문가다.
KB금융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3명 외에도 노조추천이사 후보 1명까지 총 4명의 신규 선임 여부가 주총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노조추천이사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노조에서 계속 추진 중이지만 번번히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KB금융을 제외하면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각 2명씩 사외이사가 교체되는 정도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달 퇴임한 변양호 사외이사를 포함해 이번 주총을 끝으로 사외이사 3명이 사임하지만 신규 충원은 없다.
하나금융은 정관상 사외이사 임기(6년)를 채운 백태승 사외이사 그리고 권숙교 사외이사가 퇴임하는 대신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가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두 후보가 공식 선임될 경우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8명 중에서 교수 출신이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지주 출범 이전부터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장기간 재임했던 노성태·박상용·장동우 사외이사가 이번 주총을 끝으로 퇴임하고 지성배 IMM 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윤수영 전 키움증권 부사장이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사외이사 수도 종전 7명에서 6명으로 줄어든다.
변동폭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신규 선임되는 사외이사 2명 모두 우리금융의 주요 주주인 IMM PE와 키움증권의 전·현직 임원이다. 이들의 전임자였던 장동우·박상용 사외이사 역시 각각 IMM PE와 키움증권이 추천한 인사라는 점에서 회전문 인사라는 평가도 받는다.
다만 타 금융지주와 달리 우리금융지주가 과점주주 체제라는 점에서 주주추천 인사 위주로 구성할 수 밖에 없는 현실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요 기업 CEO나 경영진을 모시려해도 주거래 은행인 경우는 불가능한 것을 비롯해 이해관계가 얽힌 인사들이 많아 전문가를 모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금융지주 이사회가 책임 질 이슈도 많고 회의도 많다고 알려진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