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진옥동호 출범...글로벌·디지털·비은행 강화 '세 토끼' 잡을까?

2023-03-24     김건우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3일 공식 취임한 가운데 ▲글로벌 이익 확대 ▲디지털 전환(DT) 가속화 ▲비은행 경쟁력 강화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글로벌과 비은행 부문은 연초 그룹 차원에서 이미 장기 이익 목표를 제시까지 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디지털 전환 역시 수 년째 전사적으로 주도하는 영역으로 진 회장 체제에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외 실리콘밸리은행(SVB) 및 크레디트스위스(CS)발 금융불안의 국내 전이를 차단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방안도 단기 과제로 꼽힌다. 

◆ 은행 글로벌 이익 사상 최대 달성...지주에서도 성공 이어갈까?

신한금융은 지난해 글로벌 손익이 5646억 원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그룹 내 글로벌 이익 비중도 12.2%를 달성할 정도로 글로벌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회사다. 

진 회장이 직전 신한은행장 시절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 영역도 '글로벌'이었다. 

지난해 신한금융 회추위가 진 회장을 회장 후보로 추천한 사유로 '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글로벌 확장과 성과 창출을 보여줄 적임자'라고 언급한 점도 글로벌 영토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동남아와 일본 지역을 중심으로 이익 창출력을 입증했다. 지난해 신한은행 10개 해외법인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66.2% 증가한 4269억 원으로 은행권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해외법인 실적만으로도 국내 지방은행보다 많은 순이익을 거둔 셈이다.
 
▲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부터 리테일 채널 뿐만 아니라 디지털 뱅크로서의 위상 강화도 역점을 두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 1위 외국계 은행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고 SBJ은행 역시 빠르게 디지털 뱅크로 전환하면서 이익 규모를 늘리고 있다. 진 회장은 SBJ은행장을 역임하는 등 일본법인에서만 10여 년 이상 근무한 '일본통'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은 올해 초 2030년까지 글로벌 이익 비중 5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은행과 증권부문을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에서는 리테일 중심으로,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IB부문을 중심으로 영토 확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쏠·땡겨요 등 히트작 선보인 디지털 부문...상반기 유니버설앱 런칭이 첫 시험대

디지털 부문의 경쟁력 확대 역시 진 회장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신한금융은 지난 2021년 말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국내 대표적인 여성 DT 전문가인 김명희 부사장을 영입할 정도로 디지털 전환(DT)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진 회장은 은행장 시절 ▲신한은행 모바일 뱅킹 쏠(SOL) 고도화 및 뉴 쏠(SOL) 런칭 ▲AI·메타버스 등 신기술 대응 ▲배달앱 땡겨요 런칭 등의 성과를 거뒀다. 
 
▲ 지난해 10월 '뉴 쏠' 런칭 행사에서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PT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디지털 전환을 위해 행장 시절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적용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금융권 최초로 AI 은행원을 대고객 업무에 적용시켰고 메타버스 플랫폼 역시 금융권 최초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며 금융권 디지털 전환을 주도했다. 

지난해 10월 런칭한 '뉴 쏠(SOL)'은 한 달만에 700만 명 이상이 기존 앱에서 전환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특히 뉴 쏠은 고객자문단 1만 명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고객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달앱 '땡겨요' 역시 진 회장 작품이다. 땡겨요는 출시 이전부터 빅3(배달의 민족·요기요·쿠팡이츠)가 잠식한 배달앱 시장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가 많았지만 출시 1년이 지난 현재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45만 명 수준으로 배달앱 4위를 유지하고 있다. 
 
▲ 진옥동 회장의 은행장 시절 역점 사업 중 하나였던 배달앱 '땡겨요'

올 들어 배달앱 시장 전체가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시장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다. 특히 ▲낮은 중개수수료 ▲광고비 없음 ▲빠른 정산 ▲제휴 금융상품 확대 등을 통해 최근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상생금융' 성격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진 회장의 첫 시험대는 상반기 출시 예정인 그룹 유니버설 뱅킹앱 런칭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각 계열사별 기능 앱 위주로 구동됐지만 업권별 경계를 넘어 유니버설 간편 앱을 통해 편리하게 그룹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 '카드' 제외하면 1등 없는 비은행...이익 비중 50%까지 늘릴 수 있을까?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도 진 회장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18년 오렌지라이프를 시작으로 아시아신탁, 네오플럭스(現 신한벤처투자) 등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비은행 수익기여도는 39.2%를 기록해 국내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높았다. 

문제는 각 업권 내에서 개별 회사들의 경쟁력이다. 현재 신한금융 주요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 신한카드를 제외하면 각 업권에서 최상위권에 랭크된 회사를 찾기 어렵다.

그나마 보험업권에서 신한라이프생명이 총 자산 규모 기준으로 생명보험 빅3(삼성·교보·한화생명)를 바짝 뒤쫒고 있지만 신한투자증권, 신한저축은행, 신한자산운용 등 다른 계열사들은 자산규모,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도 5위권 내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라이벌 KB금융지주가 올해 KB라이프생명이 본격 출범하면서 강력한 보험 라인업을 갖췄고 KB국민카드, KB증권 등 기존 비은행 계열사들도 각 업권에서 경쟁력을 갖춘 회사들이라는 점에서 신한카드를 제외한 다른 비은행 계열사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특히 올해 초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2030년까지 비은행 이익 비중을 50%까지 늘린다는 새로운 경영목표를 제시했는데 고스란히 진 회장의 경영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