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노사 오랜 갈등 끊어낼까?...집행부 교체 이후 '관계 개선' 기류
2023-04-03 김건우 기자
윤 회장과 KB국민은행 노조는 주요 사안마다 대립각을 세우면서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갔지만 최근 노조 신임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관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은행 내부에서 일고 있다.
지난 달 24일 열린 KB금융 주주총회에서 윤 회장은 KB금융 우리사주조합 측이 제안한 주주추천 사외이사 선임안이 부결된 직후 "진정으로 주주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이었는지 조직논리에 매몰된 건 아닌가"라며 "새로운 노조 지도부가 출범했는데 노사 관계가 건설적이고 생산적으로 진행되길 바라며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발언 당시 윤 회장이 노조를 강력하게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정작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노사 갈등보다는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윤 회장의 '성찰' 발언은 노조 집행부가 새로 바뀌었으니 새로운 시각에서 노사 관계를 정립해보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조 역시 주총 이후 해당 발언에 대해 비판 입장을 밝혔지만 상당히 완곡한 표현으로 대응했다.
김정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주주제안이라는 게 성찰의 문제가 아니라 노조라면 당연히 해야 할 방향성이라고 생각하고 다만 노사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이라 강한 비난이 아닌 입장을 제시했다"면서 "이 부분은 앞으로도 주주들에게 더 어필하겠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윤 회장과 노조와의 관계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지난 2014년 11월 윤 회장 취임 후 노조와 수년 째 '강대강 구도'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에 있었던 은행 노조위원장 선거 당시 회사 개입 의혹과 2019년 국민은행 노조 총파업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 11월부터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됐지만 이후에도 노조는 윤 회장이 3연임을 하는 동안 줄곧 연임을 반대하며 반목을 지속했다.
그러나 현 집행부의 경우 과거 강성노조 색깔 대신 조합원들에게 합리적이고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계 개선을 목표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지난 달 새 지도부 출범 이후 노조 측은 이재근 은행장과 상견례를 겸한 차담도 진행했고 노사협력부나 경영지원그룹 등 실무부서와의 소통도 유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노조의 입장 변화는 이번 집행부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났다는게 은행 내부의 전언이다.
지난해 말 치러진 노조 집행부 선거에서 노조위원장 후보 중 1명이 1983년생, 수석부위원장과 부위원장 후보 5명이 모두 1980~1986년생으로 MZ세대가 전면에 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노조 구성원 상당수가 실리를 추구하는 세대로 바뀌면서 노조의 방향성도 과거 강성투쟁이 아닌 실리투쟁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김 위원장은 "과거에는 너무 강대강으로 대립하다보니 조합원들에게 수혜가 되는 부분이 적어서 현 집행부는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개선하려고 한다"면서 "강한 이미지를 거부하는 요즘 세대들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소통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기류가 지난해 하반기에 있었던 금융노조 총파업 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파업 당시 임금협상, 본사이전 등 노사갈등 사안이 있는 일부 국책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 파업 참가율이 저조했는데 당시 젊은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선례도 있다.
타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선거에서 표가 분산됐을 뿐 경영간섭이 아닌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과 복지향상을 주요 공약으로 가진 후보들이 선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과거의 강성 이미지로는 내부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방증이고 정당하게 요구하고 토론해야 노사가 상생할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