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3년 보완입법 실종下] 소비자권익3법 반영 목소리 커져...가상자산 등 사각지대 해소도 시급
2023-04-05 문지혜 기자
금소법 제정 당시 핵심 쟁점 사안으로 떠올랐던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증거개시제도 등 ‘소비자권익3법’이 포함되지 않아 여전히 ‘반쪽짜리’라는 꼬리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금소법 사각지대에 있는 금융 플랫폼, 가상자산 등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기 위해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소비자단체, 집단소송제 등 ‘소비자권익3법’ 필요 목소리
2019년 금소법 제정안을 논의할 당시부터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일 경우 모든 피해자가 소송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재판의 결과가 피해자 전원에게 적용되는 제도다.
국내에는 2005년 증권 분야에 한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했는데 최근 들어 DLF 불완전판매, 라임 무역펀드 사건 등 금융사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가 불특정 다수에게 대량으로 발생하자 집단소송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금융사 불법행위로 피해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그 손해보다 더 많은 배상을 하도록 가중처벌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일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등 금융사고가 터지자 피해금액의 3배 이상 배상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소송 관련 증거들을 서로 폭넓게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개시제도’까지 소비자권익3법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금소법 시행 이전인 2020년부터 전재수 의원, 민병덕 의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손해배상 추정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금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를 금소법에 포함시킬 경우 금융사 책임과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이유로 반영되지 못했다. 현행 금소법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빠지고 위법행위로 벌어들인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가 포함됐다.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가장 필수요소인 ‘소비자권익3법’이 금소법에서 빠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왔다.
금융정의연대 등은 금소법 가운데 가장 먼저 보완해야 할 제도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꼽았다. 금융정의연대 측은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더라도 개별 민사 소송으로 가면 소송비용도 크고 승소 확률도 낮다”고 지적했다.
2021년 4월 발표된 정무위 금소법 정책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금소법에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구를 진행한 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은 “현재 증권 분야에 한해 미국식 집단소송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소송허가 절차가 까다롭고 많은 소송비용이 필요해 소비자가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제약이 따른다”며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다만 모든 업종에 집단소송제를 확대할 경우 무분별하게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고 기업의 영업비밀 제출의무, 국민참여재판 적용 등은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주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대해서도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을 억제하기 위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적용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피해자에게 전부 지급하는 것이 공평한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며 일부를 국가에 분배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분조위 영향력 강화한 ‘편면적 구속력’...금소법 사각지대 개선돼야
금융 분쟁조정과 관련해 편면적 구속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금소법에서도 분쟁조정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소송중지제도, 조정이탈금지제도를 채택했지만 분쟁조정제도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소송중지제도는 분쟁조정 신청 전이나 후 소송이 제기될 경우 분쟁조정이 끝날 때까지 소송을 중지할 수 있는 제도다. 조정이탈금지제도는 소액분쟁사건에 한해 분쟁조정이 끝날 때까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제도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분쟁조정이 불리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 소송을 제기해 소비자를 압박하기도 했지만 이 두 제도가 도입되면서 분쟁조정을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 자체가 ‘권고’에 불과하고 법적 구속력이 없어 금융사가 이를 거절하면 소용이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편면적 구속력이 도입되면 소비자가 분쟁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금융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
2020년 8월 이용우 의원, 2021년 3월 김병욱 의원, 2022년 3월 이정문 의원은 편면적 구속력 등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금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이정문 의원의 경우 독립기관인 ‘금융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편면적 구속력이 도입되면 금융사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있어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김명아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소법 개정을 통해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규정해 재판받을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금융 플랫폼이나 디지털 금융, 가상자산 등이 금소법 사각지대에 있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핀테크 간편결제 선불충전금 등은 금융위원회 옴부즈만에서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자금 보호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보호조치를 강화했다.
가상자산의 경우 각 거래소에서 불공정거래 등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투자자보호센터를 설립해 관리하고 있지만 관련 법 제정과 소비자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