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60조 지역 투자 약속 이행 첫 발...첨단산업 국내 투자 결단, 정부가 끌고 민간이 밀고
2023-04-04 유성용 기자
삼성은 2026년까지 4조100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용 유기발광다이오스(OLED) 패널 생산에 나선다. 선제 투자로 디스플레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4일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제2캠퍼스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박경귀 아산시장을 비롯해 소재∙부품∙장비 사업 주요 협력업체, 충남지역 4개 대학 총장과 산학협력 10개 대학 교수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디스플레이 최강국을 만들기 위한 ‘팀코리아’가 총출동한 셈이다.
이날 협약식에서 충청남도와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소부장 기업들은 ‘신규투자 협약서’를 통해 디스플레이 산업경쟁력과 소바장 기업의 기술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공동기술 개발, 상생협력 등을 약속했다.
삼성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과감한 선제적 투자 ▲산∙학∙연∙관의 협력을 통한 초격차 기술 확보 ▲소∙부∙장 업체와의 상생을 통한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 강화 등을 통해 충남 아산∙천안에 세계 최고의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정부가 국가첨단산업 육성 및 첨단산업벨트 조성 계획을 발표한 이후 정부가 지정한 ‘6대 첨단산업’ 중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처음으로 민관 협력을 통한 국내 투자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이 지난 3월 약속한 60조 원 지역 투자의 첫 이행이기도 하다. 삼성은 향후 10년간 충청·경상·호남 등에 위치한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총 60조1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로 IT용 OLED의 유리 기판을 6세대급(1.5m×1.8m)에서 8.6세대급(2.25m×2.6m)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1위를 차지한 스마트폰 OLED 패널 시장에 이어 IT용 OLED 패널 시장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패널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양산이 시작되는 2026년부터는 IT용 OLED가 연간 1000만대 생산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의 IT용 OLED 매출은 지금보다 5배 증가하게 되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르게 된다.
이는 스마트폰에 이어 또 다른 OLED의 사업기회가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 규모를 축소하며 대량 해고를 진행하는 등 ‘급(急)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투자라 더욱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도권 변화는 훨씬 역동적이어서 초기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과 대만으로 넘어갔던 주도권이 가까운 미래에 중국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번 8.6세대 IT용 OLED 투자는 다자경쟁에서 양강구도로 변화하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구도에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지키기 위한 초강수”라고 분석했다.
40인치 대형 LCD TV 시장이 열릴 것으로 확신했던 삼성은 2003년 8월 경쟁사와 달리 6세대를 건너뛰고 바로 7세대 LCD 투자를 결정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전하던 TV용 LCD 시장에서 2005년 20%를 기록하며 샤프(18%)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2008년에는 LG를 꺾고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05년 11월 수요처도 없는 상황에서 4700억 원을 투자해 1만3800평 규모의 OLED 전용라인, A1(4.5세대) 라인 건설에 나섰던 삼성은 이후 2007년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며 세계 최초로 OLED 양산에 성공해 OLED 산업화를 주도하는 성과도 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6세대 IT용 OLED 투자를 통해 LCD가 장악하고 있는 태블릿, 노트북 시장의 중심 기술을 OLED로 빠르게 전환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OLED 기술로 중국으로 넘어간 한국 디스플레이의 영토를 탈환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민간 투자에 대한 확실한 지원을 약속한 정부, 어려운 환경이지만 미래에 더 큰 기회를 만들기 위한 투자를 흔들림 없이 진행하는 삼성의 노력은 한국 경제 전반의 자신감과 국내 투자 의지를 끌어올리는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