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조폭? 대출금 회수 위해 청부폭력

2008-01-09     뉴스관리자
인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개인 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대출금을 받아내기 위해 은행들이 청부 폭력배까지 동원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21세의 비노드 쿠마르씨는 지난해 1월 뉴델리의 크리켓 경기장 주차장에서 친구의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던 중 은행에서 나왔다는 사람으로부터 쇠몽둥이 등으로 구타당해 머리를 12바늘 꿰매고 10일 동안 병원신세를 져야했다.

   자동차 대출금을 3개월째 갚지 못한 타판 보즈씨를 찾고 있다는 그는 쿠마르씨가 보즈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 순간 차안에서 끌어내고 구타를 했다.

   쿠마르씨의 사건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인도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집이나 차 구입, 신용카드 사용 등으로 개인들의 대출이 늘어나면서 돈을 갚지 경우도 급증하자 은행들이 대행업체를 통해 청부 폭력배까지 동원하는 공격적인 방법으로 돈을 받아내려 하는데 따른 것이다.

   이 사건 외에도 최근 뭄바이의 여성을 협박하고 강탈한 혐의 등으로 은행 관계자와 대출금 회수 대행업체 2곳이 기소되기도 했다.

   인도중앙은행(RBI)에 따르면 인도의 소매 대출은 작년 3월말 현재 1천240억달러로 3년간 거의 3배로 늘어났고,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ICIC은행의 경우 부실 소매 대출이 작년 3월말에 7억9천만달러로 1년전의 3억6천400만달러에 비해 배로 늘어났다.

   부실 대출이 급증하면서 은행들은 대행업체에게 회수금의 일정액을 수수료로 주는 조건으로 대출금 회수에 나서고 있고, 이것이 '군다스'라고 불리는 청부 폭력배에 의한 협박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자 인도 중앙은행은 작년 11월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외부 대행업체를 고용하는 것을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금하고 대행업체 직원들을 최소 100시간 이상 훈련시킬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뉴델리 경찰도 시민들에게 대출금 회수와 관련한 폭력사건을 신고해 줄 것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자신들은 대행업체의 폭력적인 방법을 알지 못하고 이에 대한 책임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마르씨 사건과 관련 델리주 소비자위원회는 은행측에 14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으나 은행측은 폭력에 대한 책임이 은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행업체에 있다며 항소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은행들은 대출 관행과 대출금 회수 방법을 재검토하기 시작해 개인 대출시 신용도를 재평가하고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