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짜리' 꼬리표 뗀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 날개 달까?

2023-04-12     김건우 기자
금융당국이 간편·저렴한 금융-통신 융합서비스(이하 알뜰폰 사업)를 은행 부수업무로 허용하면서 그동안 특례 사업자로 알뜰폰 사업을 영위한 KB국민은행 '리브엠'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혁신금융서비스 1호 사업자로서 은행 부수업무로 인가를 받게 된 상징성이 클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금융과 통신업권을 융합하는 비즈니스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동통신 3사 자회사를 포함해 알뜰폰 업계가 달갑지 않는 시선을 보이고 있고 중소 사업자들과의 상생문제도 남아 있어 KB국민은행이 어떤 개선안을 들고 나올지도 관심사다.  

◆ 금융·비금융 데이터 결합 높은 평가 받은 리브엠... 특화 CSS 개발 필요해

지난 2019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 1호 사업으로 선정된 KB국민은행 리브엠은 그 해 10월 알뜰폰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한 차례 혁신금융서비스 연장 신청을 거쳐 이번에 금융당국이 알뜰폰 사업을 부수업무로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향후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부수 업무로 신청하게 되면 더 이상 혁신금융서비스가 아닌 공식 사업자로서 알뜰폰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혁신금융서비스 연장 기한이 오는 16일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 측은 빠르게 부수업무 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 KB국민은행 리브엠은 혁신금융서비스 1호 사업으로 지정된 뒤 지난 2019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에 알뜰폰 사업이 은행업 부수업무로 지정되면서 별도 인가 없이 알뜰폰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KB국민은행은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서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은행 노조와 중소 알뜰폰 업체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견제를 받았지만 이번 알뜰폰 부수업무 지정에는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특히 리브엠 출시 이후 창구직원 판매경쟁 유도 의혹을 제기하는 등 비판 여론을 형성했던 노조 측도 현재 알뜰폰 사업에 대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리브엠은 출시 이후 통신과 금융 결합상품을 통해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통신요금도 할인하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보다 발빠르게 5G 요금제를 선보이고 알뜰폰 업계에서는 찾기 힘든 멤버십 서비스도 출시하며 서비스 품질도 높였다. 
 
그 결과 리브엠은 출시 3년 반 만에 고객 수 40만 명을 돌파하면서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SK텔레콤 망 제휴에 성공하면서 통신3사 망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돼 가입자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직 혁신금융심사위원은 "과거 혁신금융서비스 심사에서 리브엠은 금융·비금융 데이터 융합 비즈니스와 이로 인한 소비자 편익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면서 "다른 알뜰폰 업체들과 달리 은행이 주문 생산한 특화 유심을 제공해 금융 취약계층에게 높은 보안성과 사용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위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향후 리브엠은 정식 알뜰폰 사업자로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금융당국이 요구한 금융·비금융 데이터 결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육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고도화된 신용평가모형(CSS) 개발이다. 

금융당국은 수 년 전부터 공공요금·통신요금 납부내역이나 체크카드 사용내역 등을 통해 금융이력 부족자(씬파일러)들이 금융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가령 알뜰폰 사용료 납부내역을 기반으로 씬파일러들의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을 취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 역시 알뜰폰 사업이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되면서 은행들의 알뜰폰 사업 진출을 통해 데이터 융합 비즈니스를 통한 대안신용평가모형 구축과 요금 관련 다양한 금융서비스 혜택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안신용평가모형 활용은 가입자 수가 좀 더 확보된 이후에 진행할 계획이고 현재는 검토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 이통3사 자회사 포함 알뜰폰 업계는 반발... "형평성 어긋나"

반면 경쟁 관계에 있는 이통3사 자회사들을 포함한 알뜰폰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리브엠의 시장 진입을 반대했던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뿐만 아니라 이통3사 자회사들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통 3사 자회사들은 점유율 50% 상한선 규제를 비롯해 모회사 차원의 자금 및 마케팅 지원이 사실상 금지된 상황에서 정작 대형 시중은행은 부가조건 없이 시장에 입성하는 것이 형평성 차원에서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 관계자는 "이통 3사 자회사들은 알뜰폰 시장 진입 시 각종 등록조건을 부여 받고 들어왔지만 리브엠은 별도 조건이 없이 무혈 입성을 한다면 형평성과 공정성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며 "각종 금융상품과 결합해 알뜰폰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들의 공격적인 영업력을 막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알뜰폰 업계는 리브엠의 이번 인가가 결국 다른 대형 시중은행들이 연쇄적으로 알뜰폰 시장으로 진입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만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알뜰폰 사업자와 제휴를 맺어 전용 요금제를 출시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상태다. 
 
▲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알뜰폰 사업자들과 손잡고 전용 요금제를 선보이며 알뜰폰 시장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알뜰폰 사업이 은행 부수업무로 허용되면서 다른 은행들도 별도 인가 없이 알뜰폰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의 사업 참여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을 제외하면 알뜰폰 사업 신청을 검토 중인 은행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뜰폰 가입자 수가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사물인터넷(IoT)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이 정체된 제로섬 게임에 가깝고 은행업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카드와 예·적금 상품 결합으로 가격 할인이라 금리혜택을 통한 락인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본적으로 점유율 규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라는 점을 전제로 현재 리브엠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고 보고 있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시장점유율 규제는 통신사업을 관장하는 과기부 소관으로 현재 알뜰폰 시장에서 국민은행의 점유율은 IoT 회선 포함 2%, 미포함시 5% 내외로 아직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면서 "금융당국은 은행 건전성이 가장 중요하기에 건전성 관점에서 시장 규모를 들여다 볼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사업자와의 상생방안도 KB국민은행이 넘어야 할 산이다. 이번 규제 논의 기간에 KB국민은행 측은 중소사업자보다 높은 수준의 가격을 책정하고 중소사업자와의 상생방안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과 통신의 융합을 통한 혁신 서비스로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 하고 소비자의 편익 제고와 선택권을 강화하는 한편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동반 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 쓰겠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