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왜 줄이나 했더니?...통폐합으로 4대 은행 점포당 생산성 확 좋아져

2023-04-19     김건우 기자
최근 수 년간 비대면 금융 확대로 은행들이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의 점포 당 총자산 등 생산성 지표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는 줄었지만 은행 여·수신 수요는 늘어나면서 점포 생산성이 향상된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도 '수익성' 중심의 은행 점포 통·폐합 관행을 개선하라고 주문하면서 은행들이 수세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 최근 5년 간 은행 점포 15% 내외 줄어... 점포당 생산성은 50% 증가

19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 은행 점포수(지점·출장소 합산기준)는 5800곳으로 5년전 6766곳에서 14.3%(966곳)줄었다.  이중 4대 시중은행의 점포수는 5년 전 대비 19.1% 감소한 2883곳이다. 

전체 은행 점포 감소분 966곳 중에서 3분의 2에 가까운 680곳이 4대 시중은행일 정도로 대대적인 점포 통·폐합은 전국적인 점포망을 가진 대형 시중은행 중심으로 진행됐다. 
 

반면 점포 수는 크게 줄고 은행 여·수신 수요는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 점포당 주요 생산성 수치는 크게 개선됐다. 

4대 시중은행을 기준으로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점포 1곳 당 총자산은 8866억 원으로 5년 전보다 7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증가액도 3860억 원에 달하며 증가율과 증가액 모두 1위였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점포 당 총자산이 4616억 원에서 7942억 원으로 72.1% 늘었고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69.9%와 65.8% 증가했다. 
 

점포 수가 감소함과 동시에 대출 수요가 확대되면서 은행의 여·수신 규모도 동반 상승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비대면 채널에서 유입된 자산도 상당하다는 점을 꼽지만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주요 여신 상품은 여전히 대면 채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금융소비자단체는 은행들이 수익성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 불편을 동반하는 점포 구조조정과 고금리 이자장사를 통해 거둔 수익이라는 점이 명백해 은행들의 점포 통·폐합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금융회사 입장에서 점포 폐쇄 허가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너무 나간 이야기”라며 “기존의 사전영향평가는 형식적이었지만 이번에 강화된 방안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반쪽짜리지만 환영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 은행들 "점포 통·폐합 사실상 종료...이제와서 강화하는지 의문"

반면 은행들은 최근 당국에서 발표한 사전영향평가 개선안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가뜩이나 점포 통·폐합 억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사전영향평가도 강화되면서 제도적으로 점포 통·폐합이 과거보다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점포 수요가 크게 사라졌고 수익성을 간과할 수 없는 은행 입장에서는 점포 운영조차 사실상 허가제 형식으로 감독을 받는 부분에 대한 불만이다.

특히 대형 시중은행들은 코로나19 기간 점포 폐쇄가 상당수 이뤄지면서 현재 점포 통·폐합이 마무리된 시점인데 현 시점에서 사전영향평가를 강화하는 점에 대한 의문이 많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수 년간 점포 통·폐합이 이뤄졌지만 현재 주요 대형 시중은행들은 대규모 통·폐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점포 폐쇄를 사실상 물리적으로 막는 정책이 나온 부분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의 수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전영향평가 방안이라는 점은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점포 폐쇄 기준에서 수익성 항목이 사라지면서 기본보다 점포 폐쇄가 더 어려워진 것은 맞지만 평가항목에 여전히 '내점 고객수'를 반영하도록 돼 있어 수익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 역시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 부분을 강조했다. 지난 13일 브리핑 당시 하주식 금융위 금융소비자정책과장도 "고객 수라는 항목에 수익성이 일부 담겨져있기 때문에 수익성을 아예 배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점포 폐쇄를 아예 금지한 것이 아닌 대체수단을 충분히 만들고 진행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디지털 취약계층이 점점 확대되고 있고 고령층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금융회사들도 비용절감이 아닌 소비자 편의성 확대 측면에서의 고민도 함께 담아야한다”면서 “다만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감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