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우리가 경제 얘기해야 말짱 헛방 아닌가"
2008-01-09 뉴스관리자
매년 정례적으로 열린 회의지만 참여정부 임기를 한달여 남겨놓은 시점에 개최된 이날 회의 분위기는 '어정쩡'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곧 출범하게 될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짜고 있는데다, 현 정부가 이날 경제점검회의에서 전반적인 올해 경제운용 기조를 밝힌다고 하더라도 새 정부에서 전면 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도 정권 교체기 현 정부가 한해 경제운용방향을 점검하는 회의를 개최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시각을 염두에 둔 듯 회의 모두 발언에서 "우리가 올해 경제운용방향 얘기해봤자 말짱 헛방아니냐"라며 '뼈있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곧바로 권오규 부총리가 올해 경제전망에 대해 보고하며 회의를 시작하려 하자 노 대통령은 거듭해서 "전망은 내가 들으면 뭐하느냐"고 재차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에 권 부총리가 "대외여건에서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리해 보는 의미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자 노 대통령은 "안 하려니까 사보타주하고, 게으름을 부리는 것 같고, 하려니까 계속 정책을 안할 사람이 보고받으려니까 좀 이상하고 그렇다"고 이유를 밝힌 뒤 "공부나 합시다"라며 회의를 시작했다.
청와대는 경제점검회의는 매년 초 개최해온 정례회의인데다, 정권 인계인수기간이지만 연초 정부 차원의 경제운용 기조를 짜는 것은 필요하기 때문에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李明博) 정부' 출범 후 새 경제운용기조가 수립되고 재편될 수도 있지만, 기본 경제운용 기조를 정하는 회의 개최는 당연하며, 하지 않는 것이 '직무유기'라는 얘기이다.
청와대 대변인인 천호선 홍보수석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경제점검회의는 매년 초 정례적으로 개최되어온 회의"라며 "참여정부가 출범하던 해인 지난 2003년 1월초에도 국민의 정부에서 한해 경제운용방안 보고가 있었고, 새 정부가 들어서서 새 정부 경제방향을 새롭게 수립한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권 교체기임을 감안해 이날 경제점검회의의 규모는 예년에 비해 대폭 줄였다.
지난해의 경우 노 대통령이 1월4일 과천청사에서 주재한 경제점검회의에는 국무총리를 포함해 경제부총리와 경제관련 부처 장관은 물론 재계대표, 경제단체장 등 55명이 참석했고, 회의가 끝난 후 과천청사에 근무하는 국장급 이상 공무원 190여 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덕수 총리는 참석하지 않았고, 권오규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산자, 기획예산처 장관, 국무조정실장, 금감위원장, 무역협회장, 한은부총재, 한국개발연구원장 등과 청와대 참모들이 참석하는 소규모 회의로 열렸다. (연합뉴스)